[MBN스타] 영화 ‘쎄시봉’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젊음의 거리 무교동에 위치한 쎄시봉에는 미성이 매력적인 윤형주(강하늘 분), 타고난 음악 천재 송창식(조복래 분), 숨은 원석 같은 목소리를 지닌 오근태(정우 분),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은 프로듀서 이장희(진구 분)가 공연을 올린다. 그들의 곁에는 중년이 돼서도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뮤즈 민자영(한효주 분)이 언제나 함께다.
‘쎄시봉’은 실존 인물인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조영남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관객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개봉 이후 판도는 바뀌었다. ‘쎄시봉’은 ‘딜라일라’ ‘웨딩 케이크’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같은 70년대의 음악 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실망을 남겼다. 가상 캐릭터인 오근태와 민자영의 사랑이야기에 치중했던 것. 때문인지 ‘쎄시봉’은 손익분기점 300만 명을 넘기지 못한 17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 “‘쎄시봉’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성인판”
최준용 기자(이하 최) = 예고편을 봤을 때는 윤형주, 송창식 등이 노래를 연달아 불러 쎄시봉 이야기가 중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랑이야기가 중심이더라. 음악인들 이야기가 중심이고 사랑이야기가 곁다리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라 안타까웠다.
유명준 기자(이하 유) = ‘쎄시봉’은 처음에 나올 때 어른판 ‘건축학개론’으로 나온 것 같았다. ‘건축학개론’의 중심은 중견 연기자고, 젊은 배우들과 반복해서 출연하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쎄시봉’은 경우가 다르다. 이 작품에선 사랑 이야기, 쎄시봉의 음악, 남자들의 의리 이야기가 세 축을 구성하고 있다. 이것이 한 번에 묶이지 못하니 산만하다. 또 지나치게 기대감이 높았던 것도 흥행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다.
박정선 기자(이하 박) = 초반에 음악 이야기가 주를 이뤘을 땐 괜찮았다. 음악이 주 무대가 됐고 극이 다음 구성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음악은 흐려지고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더라. 전형적인 신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쎄시봉의 음악을 가지고 이 정도 밖에 만들지 못하는 건가 싶었다.
여수정 기자(이하 여) = 나는 쎄시봉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쎄시봉의 음악이 나와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나마 사랑 이야기가 나오니 공감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사랑이야기와 70년대 음악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좋게 볼 수 있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사랑이야기가 빠지면 아쉬웠을 거다.
정예인 기자(이하 정) = 첫 사랑의 이야기에 치중한 느낌이 지나치게 강했다. 쎄시봉의 명곡들은 그들의 로맨틱한 무드를 더할 배경 음악에 불과했다. 물론, 70년대 음악과 아련한 첫 사랑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면 같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점은 로맨스에 집중하면서 정말 재밌었던 소소한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는 놓친 것이다.
◇ “배우들의 연기는…”
최 = 특히 한효주가 아쉬웠다. 정우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봤던 연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강하늘, 조복래의 ‘브로맨스’는 재밌었다. 가장 안 좋은 부분을 꼽자면 김윤석, 김희애의 재회신이다.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차라리 젊은 시절로 끝맺었으면 나았을 텐데 공감할 수 없었다.
최 한효주가 아예 흥행에 영향 안미쳤다고 장담 못한다. 기사만 쫓아다니면서 테러하는 경우도 있어.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평이 안좋으니까.
↑ 사진=스틸컷 |
박 = 한효주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댓글, 평점을 남기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이들은 극장에서 ‘쎄시봉’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오히려 댓글을 읽고서 관심이 생겨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었을 거다. 한효주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크지는 않았던 듯하다.
유 = 한효주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의 영향력이 정우, 강하늘, 김윤석의 영향력을 뛰어넘는다고 볼 수 없다. 애초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한효주를 보고 가는 사람이 있었을까.
최 = 그래도 캐스팅이 더 잘 됐다면 강하늘, 정우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한효주의 캐스팅이 아쉽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
◇ “잘못된 타겟 설정…중장년층·젊은층 모두 놓쳐”
유 = ‘?弑첬웩��70년대를 그리고 있으면서도 50대 이상의 관객층을 끌어들일 요소가 없었다. 이 작품에서는 가수 쎄시봉과 그들이 음악을 제외하고서는 추억에 대해 이야기 나눌 거리가 없다. ‘건축학개론’ 같은 경우는 96학번 이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가령, ‘컴퓨터 1기가를 평생 어떻게 다 쓰냐’는 대사는 실제로 90년대에 나눴던 이야기기도 하다. 또 70년대는 대마초 흡연 이외에도 우울한 자화상이 많았던 시대다. 무게 있게 다루지는 않더라도 언급 정도는 했으면 좋았을 듯.
박 = 70년대식 사랑이야기에 대해선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었다. 또 쎄시봉의 음악 자체가 추억할 수 있는 음악이라서 부모님께 추천하고 싶었다. 최근에 어른들을 위한 영화가 없었지 않나. 사실 쎄시봉이라는 소재 자체는 힘이 있었다. 예매율은 높았지 않나. 영화를 잘 만들었는지가 문제다.
최 = 감독은 쎄시봉으로 중장년층을 끌어안고, 사랑이야기로 젊은 관객 역시 얻으려 한 것 같다. 결론적으론 둘 다 실패했다. 처음 예상했던 것과 정 반대로 결과가 나왔다.
정 = 쎄시봉이라는 소재와 첫 사랑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었다. 다만 지나치게 중구난방인 스토리는 몰입을 방해했다. 특히 중년이 된 오근태와 민자영의 재회는 당혹스러웠다. 도대체 왜 삽입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강하늘, 정우 등 젊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연기자들이 출연한 것은 좋았지만, 그들이 연출력까지 넘어서지 못한 점은 아쉽다.
유 = 대중문화는 공감, 추억의 장르다. 내가 여자 친구와 헤어질 때 들었던 음악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들으면 언제나 찡하지 않나. 90년대의 전람회가 부른 곡들이 그런 역할을 했다. 우리가 ‘건축학개론’에 공감했듯, 50대들은 쎄시봉의 음악에 공감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유명준 기자,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정예인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