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가 편안하게 옆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롤모델인 전도연 선배님처럼….”
매우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극중 맡은 인물이 복잡하고 힘든 감정의 연속이었음에도 빠르게 흡수하며 자신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누군가를 향해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포스터 속 모습도 좋았고, 복수와 악만 남은 표정 역시 어색함이 없다.
↑ 사진=MBN스타 DB |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관객 입장에선 불편하고 또 불친절하다. 이 상황에서 윤주는 관객에게 한줄기 빛과 같았다. 등장과 함께 불편함을 잠시나마 해소해줬고, 불친절한 부분에선 대사와 표정으로 힌트를 주기도 했다. 어려운 감정선의 반복과 신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좀 더 쉽게 영화를 이해하게끔 도왔다.
“내용은 무거웠지만 촬영장은 매우 화기애애했다. 선배들에게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아 스스로 연기 공부에 도움이 됐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내가 감정에 몰입하게끔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줬다. 덕분에 잘 촬영한 것 같다. 우선 감독님이 사비를 투자해 하고 싶은 말을 영화로 관객에게 한다는 것 자체가 멋졌다. 또한 감독님이 신인 배우라는 타이틀을 귀하게 생각해줬고 다져지지 않은 보석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웃음) 그러나 배역이 가진 극한의 감정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심적으로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잘 살고 있던 어느 날, 엄마로부터 “넌 강간으로 태어난 딸”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면 어느 누가 충격을 받지 않겠는가. 1초라도 상상하기 싫은데, 윤주는 ‘나쁜 피’ 촬영 내내 이 기분 나쁜 상상 속에 자신을 담았다. 때문에 스스로는 매우 힘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를 통해 작품을 접하게 되는 관객 입장에선 모든 게 리얼했다. 그래서 더욱 ‘나쁜 피’가 강렬하게 다가왔고 힘든 감정도 당황하지 않고 소화하는 윤주에게 시선을 뺏기게 된다.
↑ 사진=스틸 |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다가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을 보자마자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건네줬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진짜 행운이 컸다. (웃음) 시나리오도 무척 재미있었다. 노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무서웠지만 시나리오를 통해 접하니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또한 그 당시 사춘기 아닌 사춘기였기에 내가 연기할 인선 역이 이해가 됐다. 속 시원한 부분도 있었고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욕심이 났고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노출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덤벼들었다.”
만약 노출 때문에 윤주가 ‘나쁜 피’의 출연을 고사했더라면, 관객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젊은 여배우가 부족한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다. 연기 열정으로 모든 걸 감수한 그의 노력이 새삼 고마워진다.
“단편 영화도 잘 챙겨보고 드라마와 독립 영화, 공연 등등 다 챙겨보고 있다. 사실 ‘나쁜 피’ 당시엔 백자상태에서 오직 연기 열정만 믿고 덤벼든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다시 출연하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아주 조금은 걱정할 것 같다. (웃음) 나 스스로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이 모호하다. ‘나쁜 피’를 통해 연기에 대한 칭찬을 받기도 했는데 연기를 잘 했다기보다는 그 나이 대에 맞는 연기를 소화했고, 좀 더 성숙해진 지금이 아닌 비슷한 나이 대의 캐릭터를 만나서 잘 소화한 것 같다. 지금도 난 부족하고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 작품과 배역을 잘 소화해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경치를 봤을 때 ‘예쁘다’가 아닌 ‘아름답다’고 하지 않냐. 아름답다의 ‘아’가 본연의 모습을 가리켜 결국 아름답다는 건 본연의 모습 같다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무엇인가를 깨달은 적이 있다. 여자이기에 예뻐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본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이 돼 관객을 만나는 게, 가장 나다운 내가 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주다운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 (웃음)”
↑ 사진=MBN스타 DB |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상처가 많고 사연이 많은 캐릭터에 마음이 간다. 그렇다고 밝은 배역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처 많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웃음) 내 롤모델은 전도연 선배님이다. 어느 곳에서든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정말 아름다운 배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전도연 선배님처럼 가깝게 다가가 편하게 옆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로 관객을 만날 예정인데 행복한 바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웃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