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날 좀 유혹해줘, 영라야!”
섹시한 대사마저 ‘병맛’으로 들리게 하는 것도 재주다. 배우 유준상이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지질한 한정호 역으로 폭탄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것. 멀쩡한 얼굴로 웃기는 맛이 ‘지질함의 대명사’ 유병재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22일 오후 방송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한정호가 아내 최연희(유호정 분)에게 바람핀 것을 들켜 호되게 당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한정호는 최연희의 냉대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 뻥뻥치며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 아내의 친구 지영라(백지연 분)의 얕은 꾀에 넘어가 불륜을 범했지만, 그마저도 그에겐 로맨스였기 때문.
↑ 사진=SBS 방송 캡처 |
그러나 최연희는 달랐다. 늘 고분고분하던 그는 한정호를 비웃는가 하면, 야식을 혼자만 먹으며 남편을 놀리기도 했다. 유치한 방법이었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가장 본능적인 행동이기도 했다.
한정호의 ‘지질함’은 아내와 신경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얄밉게 음식을 밀어넣는 아내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날 주지 않고 당신 혼자 먹는 거야”라고 트집을 잡는가 하면, 부부 침대 정중앙에 누워 “여긴 내 집이고 이 침대는 내 침대니 다른 곳에 가서 자라”고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뻔뻔한 남편의 행동에 결국 최연희는 터지고 말았다. 골프채를 쥐고 서로 대치하다가 끝끝내 한정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흔들어댔던 것. ‘코피나면 진 것’이라는 옛말처럼 ‘한정호 vs 최연희’의 싸움은 누가 봐도 아내의 승리였다. 게다가 탈모 걱정에 유난을 떠는 한정호가 “제발 머리만 놔달라”고 사정까지 했으니 거의 ‘KO패’나 다름 없었다.
한정호는 거대 로펌 대표이면서 상류 1% 귀족이었지만 이처럼 유치하고 지질한 행동으로 웃음을 더욱 배가하고 있다. 또한 시청자가 그의 인간적 치부를 마주하면서도 목젖 보이게 웃을 수밖에 없는 건 한정호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유준상 덕분이기도 했다.
특히 이런 유준상의 활약은 ‘지질한 캐릭터’로 뜨고 있는 유병재와 묘한 쌍벽을 이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민을 자극하는 유병재의 지질함과 전혀 다른 맛의 ‘지질한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늘 반듯한 이미지만 고수하던 유준상이였기에 ‘병맛’ 연기가 더욱 돋보였던 것은 아닐까. 제작진의 캐스팅 묘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