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여러분은 최고예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살아 있는 팝의 전설. 이 진부한 수식어 외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가수 폴 매카트니(73)가 한국 팬들을 향해 이처럼 말했다.
그의 이러한 말을 팝스타의 흔한 립서비스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날 노장이 전한 깊은 울림은 4만 5000명 관객 가슴에 그대로 전달됐고, 그 감동은 온전한 그의 진심으로 느껴지기 충분했다.
↑ 사진=현대카드 제공
폴 매카트니는 지난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현대카드 주최로 마련된 내한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그는 이날 35곡 이상을 소화했지만 팬들의 열광적인 합창과 성원에 지친 기색은 없었다.
너무 늦게 한국을 찾아 온 그를 비아냥대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팬들에게는 그 자체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는 문제 되지 않았다. 50여 년간 그의 라이브 공연을 기다려온 한국 팬들의 목마름을 적셔준 그가 단비였다.
↑ 사진=현대카드 제공
그는 과거 녹음할 때 쓰던 기타를 들고 나왔음을 알리며 1960년대로 팬들을 인도했다. ‘렛잇비’ ‘예스터데이’ ‘캔트 바이 미 러브’ ‘레이디 마돈나' 등 비틀즈 명곡들이 울려퍼졌다. 지난 2001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지 해리슨과 1980년 광팬이 쏜 총에 맞아죽은 존 레논을 추억하며 각각 ‘썸씽(Something)’과 ‘히어 투데이(Here Today)’를 바치기도 했다.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아 공연을 취소했던 폴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그는 이날 탄탄한 음률의 팝을 들려줬다. 기타와 피아노를 오가는 수려한 손도 멋졌지만 관객들은 '진짜' 비틀즈가 부른 '헤이주드'와 '렛잇비'를 들은 것만으로 이미 황홀경에 빠져야 했다.
↑ 사진=현대카드 제공
공식적인 마지막 곡은 '헤이주드'.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치는 대신 해당곡의 후렴구인 '나나나나나나나'를 반복해 불렀다. 폴은 관객의 합창에 맞춰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며 재등장했다. 그렇게 앙코르 첫 곡은 아마도 예정에 없던 '헤이주드' 리바이벌이 됐다.
노래로만 꽉 채워진 2시간 40분 공연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 관객은 "내 인생 가장 짧은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화려한 불꽃놀이 보다 더욱 장관인 것은 관객들의 반짝이는 눈빛이었다.
↑ 사진=현대카드 제공
폴 매카트니 공연은
비틀즈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의 음악을 듣고 살아온 모든 관객들의 삶의 나이테와 마주쳤다. 비오는 날 잠실벌에 울려퍼진 '예스터데이'는 비틀즈 멤버들과의 성공과 우정, 폴의 사랑과 인생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4만 5000 관객과 폴의 오늘은 모두에게 잊지못할 어제(예스터데이)로 남았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