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이는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때문이 아닌, 이별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모든 추억과 시간들을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별의 대상과의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 아픔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故 신해철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4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2015’(이하 ‘휴먼다큐 사랑’)의 첫 번째 이야기 ‘단 하나의 약속’은 고 신해철과 함께 행복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면서 각자 주어진 시간들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다뤘다.
이날 방송은 고인의 추모 콘서트부터 49제 이후 아들 동원 군의 입학식까지, 신해철 가족들이 보낸 시간을 담아냈다. 화면 속 신해철의 가족들은 억지로 슬퍼하지도 않았고, 또 그렇다고 또 억지로 밝은 채 하지도 않았다. 신해철이 생각나면 생각이 나는 대로 그를 추억했으며, 아이들 역시 떠나가 버린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냈다.
아무리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보낸 윤원희 씨지만, 사랑했던 이를 떠나보낸 그 슬픔은 적지 않았다. 남편의 옷가지와 그의 오랜 체취가 남아있는 베게 솜을 끌어안으며, 신해철의 흔적을 찾으려는 윤원희 씨의 모습은 살아생전 남편을 향한 사랑과 남겨진 이의 슬픔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있어 최고 유행곡은 아이돌의 노래가 아닌 신해철의 히트곡이었으며, 아빠가 무대에서 사용한 검은 장갑, 모자 등 그 용도를 그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리기도 했다.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서도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했던 아빠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빠의 식생활을 조절해 주고 싶다”는 지유 양의아이다운 소망은 아이들이 얼마나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신해철에 대한 추억은 음식과 같은 사소한 일상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신해철의 49제가 다가오면서 윤원희 씨는 살아생전 그가 좋아했던 문어숙회와 갈비찜을 만들며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부엌에서 엄마가 만든 문어숙회와 갈비찜을 맛있게 먹었고, 윤원희 씨는 신해철과 꼭 닮은 입맛을 자랑하는 아이들을 보며 또 한 번 그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없는 신해철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에 대한 아픔을 감추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가족들은 꿋꿋했다. 실질적으로 가장이 된 윤원희 씨는 가족들 사이 버팀목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픔을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아빠 신해철과 무척 닮아 있는 아이들은 그때 그때 떠오르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면서도, 이에 머무르지 않고 씩씩하게 털고 나아가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선 제작발표회 당시 “신파는 없다”고 선언했던 ‘휴먼다큐 사랑’은 이 같은 신해철의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으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극대화하는 장치를 사용하기 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뭉클함을 안긴 것이다.
신해철 유족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 ‘휴먼다큐 사랑’은 오는 11일과 18일 ‘대한민국 국가대표 안현수’에서 ‘러시아 국가대표 빅토르안’이 돼야 했던 안현수와 그의 아내 우나리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두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을 다룬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