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학교폭력으로 시작해 사회고발로 끝이 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암울한 현 시대상황을 그리면서도, ‘깨지지 않은 단 하나의 달걀’이라는 이상적인 결과를 그려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안방극장에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7일 방송된 ‘앵그리맘’은 길었던 엄마 강자(김희선 분)의 싸움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을 얻게 된 고등학교의 풍경을 그렸다.
엄마 강자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딸 아란(김유정 분)을 구하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잠입한다는 드라마 ‘앵그리맘’은 단순히 교실 내의 풍경 뿐 아니라 사학비리, 그리고 이를 넘어선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다뤄나갔다.
명성고 붕괴 사고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온 명성재단의 사학비리는 강자와 노아(지현우 분), 그리고 많은 엄마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세상의 드러나게 된다. 수찬(박근형 분)의 정치자금을 위해 사학제단이 이용됐다는 점, 그리고 학교 안에 있는 비밀 금고를 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경(윤예주 분)이 죽임을 당했다는 점 등 그동안 수찬과 정우(김태훈 분), 명성제단의 홍회장(박영규 분)이 막으려고 했던 진실이 결국 다 밝혀진 것이다.
결국 이들은 법정위에 올랐고, 검사는 검찰이 줄 수 있는 최고 형벌을 내리며 사건을 마무리 한다. 하지만 기득권인 홍회장은 당초 검찰의 형랑과는 달리 징역 2년에 그쳤으며, 그마저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3개월 만에 출소했다.
명성고 붕괴사고의 재판이 끝난 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강자 앞에 출소한 홍회장이 강자 앞으로 돌아오고, 다시 강자의 목숨을 위협한다. 그 순간 교도소에서 나온 동칠(김희원 분)이 나타나 위기에 빠진 강자를 구한다. 이 과정에서 홍회장은 공사장 벽돌더미에 깔리게 되고, 살려달라는 홍회장을 본 동칠은 “그게 아이들이 느꼈을 감정이야. 당신도 느껴봐”라는 싸늘한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돌아선다.
모두가 돌아가고 홍회장 앞에 의문의 사람이 도착하고, 이후 홍회장은 공사장에서 죽음을 당했다는 뉴스로 최후를 알리게 된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명성고 아이들은 한층 더 건강하고 밝아졌다. 어리지만 맑은 판단력을 가진 아이들은 진정으로 자신을 위했던 선생 노아를 ‘존잘 선생’이라며 존경하는 교사로 꼽은 반면, 뒤에서 뇌물 받기에 급급했던 교장은 ‘촌지마왕’이라며 교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선생이 선생답지 못하고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 아이들은 바로 알아낸다. 서열은 바닥나고 권위는 추락한다”는 강자의 의미심장한 내레이션은 사회를 향해 강한 메시지를 남기며 사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끔 했다.
처음 학교폭력에 힘들어 하는 아란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그 곳에서 더 큰 악을 만나고, 결국 학생들이 보여주는 비행의 원인들은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을 알린 ‘앵그리맘’은 일종의 사회고발 드라마이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거대 악’이었던 세력들이 모두 잡혀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은 계란을 들고 그들을 향해 던진다. 날아든 계란은 수송버스를 맞고 또 죄수들의 몸에 맞으며 터지는 반면, 유일하게 터지지 않은 계란이 있었고, 이 계란은 바닥을 타고 구르다 강자의 발 앞에서 멈춘다. 단 하나의 계란이 사회를 움직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1년 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명성고 붕괴’는 사고 순간부터 뒷수습을 하는 과정, 그리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실과 비슷했다. 드라마 속 많은 이들은 자신의 안위와 자식의 안정을 위해 불의를 보고서도 참다가 결국 큰 화를 불렀다. 무모해 보여도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단 한사람이 움직이면서 틈이 없어 보였던 불의는 흔들리게 됐고, 비록 정의구현을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상의 모든 봄에는 겨울이 있고, 모든 겨울에는 봄이 있다. 뿌리만 튼튼하면 어떤 혹독한 겨울이 와도 봄꽃을 피어오를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노래했던 ‘앵그리맘’은 권선징악으로 안방극장에 깊은 위로와 격려를 남김 채 막을 내렸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