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강남1970’은 호적도 제대로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살던 종대(이민호 분)와 용기(김래원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린 시절, 유일한 안식처였던 무허가촌의 작은 판자집마저 빼앗기게 된 두 사람은 건달들이 개입된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얽히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를 잃어버린다. 3년 후,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 준 조직 두목 출신 길수(정진영 분)의 바람과 달리, 잘 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건달 생활을 하게 되는 종대.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 종대는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된 용기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배신의 전쟁터에 놓이게 된다.
이 작품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마지막 편으로 알려지면서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서 남자들의 세계를 신랄하면서도 뭉클하게 담아냈고, 특유의 시그니처 신을 선보이면서 많은 팬을 보유했다. 또한 그는 주연 남자 배우를 매력적으로 그리기로 유명하다. ‘강남1970’에서 역시 그런 면은 잘 살아났다. 이민호, 김래원의 우정이 낭만적이기 그지없으며, 이들의 진흙탕 결투신은 단숨에 각인된다. 그러나 느와르 공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탓에 지루하고, 지나치게 자주 등장한 베드신 탓에 흐름이 끊겨 큰 아쉬움을 남겼다.
◇ “유하 감독의 연출력? 느와르 틀 깨지 못했다”
유명준 기자(이하 유) = 영화 자체가 나쁘다곤 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관객을 끌어들이기엔 베드신, 폭력신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웠다. 또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두 남자의 갈등에 맞춰져있어, 당시 강남의 실태를 모두 담아내지 못한 듯하다. 차라리 1970년대 강남의 부동산 이야기를 고증할 때, 직접 피해입거나 부당한 일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좋지 않았을까.
최준용 기자(이하 최) = 유하 감독의 작품은 각 영화마다 임펙트 있는 신이 있다. ‘비열한 거리’에서 진구가 배신한 장면, ‘말죽거리 잔혹사’의 옥상에서 혈투를 벌인 장면이 그것이다. ‘강남1970’에서는 진흙탕 전투신을 의미심장하게 배치했지만, 생각보다 임펙트가 약했다. 또 베드신도 지나치게 수위가 높고 잦은 탓에 이야기 집중의 흐름을 끊는다.
박정선 기자(이하 박) = 영화를 볼 때는 즐겁게 봤다. 그러나 막상 보고 나니 전형적인 느와르의 틀을 따라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출 자체가 밑그림은 선명하게 존재하는 데, 그 위에 얹어진 디테일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아쉬웠다. 특히 베드신, 혈투신이 과했던 느낌.
여수정 기자(이하 여) = 남자 배우들은 역시나 잘 했다. 그러나 베드신이 지나치게 길어서 이야기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강했다. 연출은 전반적으로 괜찮았고, 특히 진흙탕 싸움은 유하 감독의 시그니처 신이 잘 드러난 듯하다. 베트남 음악이 배경에 깔린 것도 좋았다. 감정을 풍부하게 더해줬다.
정예인 기자(이하 정) =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이라 기대를 크게 했다. 그러나 앞선 두 작품이 임팩트가 강해서 그런지, ‘강남1970’이 약하게 느껴졌다. 이전에 본 작품들의 짜깁기 같은 느낌이었다. 유하 감독이 남자 배우들을 멋있게 잘 그리는 건 워낙 유명한 사실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들의 모습에 비해 연출이 아쉽다. 연출이 허술하진 않지만 지나치게 평범해 느와르의 정석을 보는 듯했다.
◇ “김래원·이민호의 연기력, 발전 없는 제자리걸음”
유 = 김래원의 연기는 전작 ‘미스터 소크라테스’ ‘해바라기’를 떠올리게 했다. 거친 남자 역할이 워낙 잘 어울리니 색다를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민호는 다르다. 이민호는 황태자 느낌에서 벗어나질 않는 탓에 건달 역할에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연배우들에 눈길이 많이 갔다. 게다가 여배우 이연두, 설현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비열한 거리’의 이보영,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가인 같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차라리 조연으로 등장한 김유영이 눈에 띄었다.
여 = 이민호, 김래원은 한류스타다.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외국에서 성공하면 나름대로 중박은 친 것. ‘강남1970’은 유일하게 북미개봉하기도 했다. 또 아무래도 ‘거리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보니 화려한 스타들을 캐스팅한 것 같다. 유종의 미는 아니더라도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한 것 같긴 하다.
정 = 김래원은 워낙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니까 어색한 건 없었다.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연기라고는 볼 수 없었다. 김래원이 익숙해서 아쉽다면, 이민호는 역할과 어울리지 않아 안타깝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늘씬한 몸매가 걸림돌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저렇게 잘생긴 건달이 세상에 있긴 할까 의심스러워하는 동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아직까지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의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
유명준 기자,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정예인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