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황은희 기자] 비중이 크지 않거나 대사가 거의 없는 단역배우. 출연 분량은 짧지만 작품 수는 주연급 배우들을 넘어설 때도 많다.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널리 알릴 기회를 노리지만, 더 나아가 그들에게 연기는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단역 배우들도 일반 직장인처럼 조금 더 나은 조건에서 연기하길 원한다. 다수의 드라마를 지향하는 것은 맞지만, 하루 벌어 이틀 굶게 되는 비합리적인 환경을 갖춘 촬영도 존재하므로 작품 선택에 대한 고민은 주연배우 못지 않다.
‘다작’이라고 해서 모든 작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단역배우들이 선호하는 작품이 따로 있다. 단역배우들이 선호하는 드라마 여건을 살펴보자.
◇ #. 일일드라마보다는 미니시리즈
단역배우들은 출연 섭외가 들어왔을 때 일일드라마인지 월화극·수목극·주말극 등 미니시리즈인지가 중요하다. 이유인즉슨 출연료. 단역배우의 출연료는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므로 조금 더 큰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방송사마다 측정돼있는 금액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일드라마와 미니시리즈의 금액 차이는 엄청나다. 방송사 기준 출연료는 시간대별로 분류되는데, 일일드라마는 평균 30분, 미니시리즈는 60분이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단역배우들은 일일드라마와 미니시리즈의 드라마 섭외가 동시에 들어오면 당연히 미니시리즈를 선택하며, 일일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면 몇 회 분량을 촬영할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더 나아가 단역배우는 짧은 시간 내에 시청자의 눈에 띄길 원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작품, 시청률이 높은 작품을 선호한다. 시청률이 저조한 드라마보다는 이슈가 많은 작품에 출연해 또 다른 기회가 오길 노리는 것이다.
↑ 사진=후아유 학교2015 캡처 |
◇ #. 사극보다는 현대극
단역 배우는 사극보다는 현대극을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극을 촬영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현대극과 옷차림이 확연히 다르므로 여름엔 덥고 겨울엔 대단히 춥다.
또한 현대극에 반해 사극은 준비할 사항이 많다. 대사 톤이나 어투, 단어 등 연기적인 부분에서 자신이 몸소 느끼지 못한, 접해보지 못한 연기를 해야 하므로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현대극은 있는 그대로를 연기하면 되므로 다소 수월하다. 물론, 개인 취향 차이로 인해 사극을 좋아하는 단역배우도 존재한다.
◇ #. 지방보다는 서울
한 단역배우는 지방으로 촬영하러 가는 것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고 표현했다.
제작사는 거리상에 따라 일정 부분 교통비를 지급하긴 하지만 실제로 단역배우가 지출하는 교통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일 때가 많다.
또한 지방 촬영은 대부분 하루의 시간을 그 작품에만 할애하게 된다. 드라마 관계자는 이를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겠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다수의 단역배우는 하루라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한다. 단역배우이기에 가능한 잠깐의 촬영을 하루에 쪼개서 쓰려고 하는 것이다. 특히 체력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모든 일에는 체력 소모가 따르지만, 지방 촬영은 서울 촬영의 두 배 이상의 피곤이 밀려온다.
↑ 때론 단역 배우가 단 10초 만에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 위 내용과 무관 |
이처럼 단역 배우도 자신이 선호하는 작품에 출연하기 바라는, 일반 직장에서처럼 자신이 선호하는 근무 조건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이들 역시 드라마의 주인공 못지않게 자신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황은희 기자 fokejh@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