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명령불복종 교사’가 실화 다큐멘터리의 명성을 잇고 있다.
앞서 개봉한 노부부의 인생을 통해 사랑과 삶, 죽음을 현실적으로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고양원더스의 창단부터 해체를 다룬 ‘파울볼’, 팀호이트 부자의 감동 실화를 다룬 ‘땡큐, 대디’, 청각장애인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반짝이는 박수소리’ 등은 모두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실화를 소재로 삼은 만큼 현실성은 높았고, 감동과 교훈, 사회를 향한 메시지가 어우러져 다큐멘터리의 진가를 깨닫게 했다. 굳이 많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져 저절로 홍보효과를 내는가하면, 희망과 사랑, 꿈, 현실고발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선택에 있어 보기로 작용해 골라 선택하는 재미도 높였다.
↑ 사진=포스터 |
영화는 효용성과 부활여부로 여전히 논쟁중인 일제고사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자 했던 선생님들의 파면, 해임 과정부터 투쟁, 복직되기까지의 3~5년을 취재해 완성했다. 오랜 촬영 기간만큼 해당 사건의 핵심만이 담겨 96분 동안 관객들을 울리고 느끼게 한다.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도 않고 화려한 배경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뉴스 보도와 해임, 파면 당한 선생과의 인터뷰, 학교의 분위기, 학생과 학부모의 짤막한 인터뷰가 전부임에도 알차고 묵직하다. 이는 실화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강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담임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교장 선생님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은 보자마자 울컥하게 만들며, 그저 “지시받은 일”이라 강조하며 수수방관하는 교장과 대비된다. 게다가 자기들의 일, 자기들의 자녀만 아니면 된다 식으로 시위하는 선생과 학부모를 향해 거칠게 항의하는 다른 학부모의 모습은 이기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 반성케 만든다.
무엇보다 “우리보고 뭘 어쩌라고”라며 담임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무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내뱉는 한 학생의 말이 그 어떤 말보다 ‘명령불복종 교사’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일제고사에 대해 물어봐서 답해준 건데, 지나치게 솔직해서 결국 파면과 해임 당한 선생의 결과가 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게도 한다.
선생으로 불리던 이들이 해임, 파면 당하자 교장으로부터 씨, 귀하 등으로 불리는 모습은 헛웃음을 나오게 했고, 이들이 엄청난 죄를 지은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늦은 저녁 무작정 선생의 집을 찾아와 해임통지서를 건네거나, 공권력을 동원해 이들을 막는 교장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다.
연출을 맡은 서동일 감독은 2008년 12월, 일제고사 날 시험을 안 본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7명의 선생이 해임, 파면됐다는 뉴스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서동일 감독은 “교직사회가 경직되고 교육행정이 비교육적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었다. 편집에 있어서도 3년간의 복직과정 중 초반상황에 집중했고,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촬영을 끝낸 후 편집을 시작하기까지 약 4년여의 공백이 있었다. 4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또 약 6개월간의 편집 끝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사실 복직되기까지를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촬영했고, 촬영 후 편집이나 후반작업을 미루고 있다가 해당 선생들에게 DVD라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고 개봉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성적 경쟁의 스트레스로부터 조금이라도 학생들을 숨 쉬게 해주고 싶었던 선생님들의 작은 실천이 험난한 싸움으로 이어졌지만 행정의 부당함에 끝까지 맞선 교사들의 양심과 소신, 그리고 사제 간의 믿음과 소통이 빚어 낸 그 애틋한 순간들이 묻히지 않게 돼서 다행”이라며 “거창한 연출 의도 보다는 나 역시 아들, 딸을 둔 학부모이기에 우리 아이들은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아가면서 촬영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명령불복종 교사’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MBN스타에 “이미 지나갔지만 여전히 현재형인 우리 교육의 문제를 현장 깊숙한 지점에서 관찰한 유일한 다큐멘터리이다. 공교육의 붕괴, 사교육 열풍, 경쟁을 부추기는 입시제도 등 사회의 한 부분으로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지만, 그 교실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면서 논의를 이어가거나 고민을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라며 “‘명령불복종 교사’는 그 교실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보여주며 우리 모두의 문제인 교육, 평가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하는 영화라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전하는 제안은 누군가에겐 심오한 고민의 지점이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변화를 가능케 하는 희망을 발견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보고 교육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