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 당선이 된다고 모두가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는 것일까. 냉정하게 말하면 ‘노’에 가깝다. 매해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작가가 발굴되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이는 일부에 불과하며, 단막극이 아닌 미니시리즈로 입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년 이상, 그마저도 인기작가의 보조 작가로 몇 년 이상을 보내며 기약 없는 준비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로 들어서는 길은 다양하지만 크게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다른 분야에서 작가로 활동하다가 드라마로 분야를 옮겨 활동하는 경우와 인기작가의 교육원 등에서 훈련을 받는 도중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입봉 하는 경우, 방송사가 주관하는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되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드라마 극본 공모전의 경우 다른 사례에 비해 경력이나 나이, 학벌 등의 제한 없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점으로 인해 가장 많은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번 공모전이 열리면 보통 2만~2만5천 편의 작품이 몰리는데 그중 당선작은 고작 10편 내외다보니 이에 따른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힘들게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선이 된다고 해서, 그 당선작이 바로 드라마화 되지 않는다. 드라마 극본 당선 이후 6개월간의 수료과정을 거치게 되며, 내부회의를 통해 당선작을 실제 방영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드라마 공모전 당선자들은 기존의 아이템을 각 방송사가 원하는 방향대로 수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니면 처음 아이템이 아닌 전혀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공모전 상금만 받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드라마 공모전을 통해 기존 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소재나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간혹 신선을 넘어 안방극장에 다소 파격적인 부분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아이템은 좋은데 수위기 높다 보니 실제 방송에 편성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나오기도 한다”며 “모든 당선작을 실제 드라마에 편성하면 좋겠지만, 기획단계에서 더 이상 개발시키기 어려운 작품들이 하나 둘 씩 나온다. 그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모전을 통해 입상한 작품들이 바로 안방극장에 방송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듬기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MBC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의 이계준 PD는 “‘이브의 사랑’이 드라마 공모전 당선작이었다. 사실은 극성이 샌 소재들이 초고때는 있었다. 초위 막장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나 여러가지 스토리에 담겨 있어 그대로 선보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저희 손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담고 다듬어서 완성본을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 당선된 후 드라마 작가로 활동한 경우는(단막극 제외) 약 스무 명 남짓이다. 1년에 약 100개 이상의 작품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이는 매우 미비한 성적이다. 이마저도 ‘학교 2013’의 이현주·고정원 작가, ‘천명’의 윤수정 작가, ‘비밀’의 유보라·최철호 작가 ‘직장의 신’의 윤난중 작가, ‘조선 총잡이’의 한희정 작가, ‘앙큼한 돌싱녀’의 이하나 작가, ‘앵그리맘’의 김반디 작가 등 2013년 이후 방송사들의 신인작가 기용이 조금 늘면서 높아진 비율이다.
드라마 공모전에 입상한 이들 중 많은 이들은 단막극만 올린 채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단막극이라도 올리면 다행이다.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단막극이 점점 사라지면서, 공모전에 당선되고도 기회가 없어 데뷔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미니시리즈로 드라마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길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만약 시청률이 저조할 경우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우며, 사전제작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으로 인해 쪽대본과 같은 험난한 길을 걷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얻게 된 드라마 공모전 당선, 그것은 끝이 아닌 드라마 작가로 가는 험난한 가시밭길의 시작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