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올해로 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가 너무도 거창하게(?) 성인식을 치르고 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종용부터 자진 사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 삭감, 칸 영화제에서의 영진위와 따로 진행된 파티까지 다양한 이슈들로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17일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영진위와 부국제는 각각 ‘한국영화의 밤’과 ‘비프 런천 앳 칸’ 행사를 진행했다. 양쪽의 행사 모두 국내외 영화인들의 활발한 교류와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자리이기에 행사가 지니는 의미는 크다. 그러나 매년 공동으로 진행됐던 행사가 이번엔 따로 열렸기에 모두의 궁금증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일각에선 영진위의 부국제 예산 삭감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부국제 행사에는 약 100여명, 영진위 행사에는 약 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진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밤’에 김동호 부국제 명예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한국 영화인 등 세계의 영화 인사들이 참석했다.
↑ 사진=MBN스타 DB |
앞서 5월12일 부국제는 보도자료를 통해 “4월30일 영진위는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 결과를 발표했고, 공지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 지원예산은 지난해의 14억6000만 원에서 6억6000만 원이 삭감된 8억 원으로 확정됐다”며 “이에 영진위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명실 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다수의견에 의해 부분감액했다’고 설명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논리이다. 예년과 다른 비정상적인 심사 절차는 최종 확정된 금액에 대해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고 영진위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고 함께 밝혔다.
이어 “영진위는 중차대한 최종 회의를 서면의결로 대체했고, 공개가 원칙인 위원회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지난해, 간담회와 자료를 통해서 예산배분에 대한 지원 비율을 사전 공지하고 예산액을 결정한 것에 반해, 올해는 일방적인 예산통보만을 받았다. 사업회의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예산 삭감에 대한 합리적인 심사 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근거가 없다면 이번 예산결정은 부국제에 대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이어간 바 있다.
부산지역 15개 대학 교수 528명은 20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국제 예산 삭감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다. 이들은 “영진위의 의견대로 부국제는 글로벌 국제영화제로의 위상을 갖추고 있으며, 부산을 상징하는,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임에 틀림없다. 지역문화의 특성화를 살려 세계에서 우뚝 솟는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한국 문화의 융성을 위한 바른 길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정책에 기초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영화제를 키우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을 감액했다는 것은 특성화와 다양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상식적인 지역문화진흥 정책에도 상반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형식논리로 예산을 삭감한 그 근저에는 올해 초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용관 위원장 사퇴 압력에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배후에 작동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위원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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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의 한 관계자는 MBN스타에 칸 영화제에서의 영진위와의 각각 행사 진행과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는 “너무 관심을 받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칸에서의 행사는) 예산 삭감에 대한 문제만으로 진행된 게 아니다. 4월 말, 행사에 대한 말이 오갔는데 서로 함께 행사를 위한 준비를 하기엔 시기상으로 너무 늦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칸에서 열린 부국제 행사는 소규모로 진행됐고, 초청 인사도 매우 적었다. 약 100명 정도였고 스탠딩에 캐주얼한 자리였다. 단순히 부국제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걸 얘기해주고자 소박하게 마련된 자리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진위 예산 삭감에 대해선 “우선 연초부터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가 저조된 건 사실이다. 예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다시 재배치해야 된다”며 “관객들의 눈엔 부국제가 규모도 크고 부자영화제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영화제와 비교했을 때, 매우 여유로운 상태에서 영화제를 치르는 건 아니다. (예산 삭감 등으로) 이번엔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될 것 같다”고 상황을 덧붙였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