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수많은 위기를 맞고 이를 이겨낸 나영석 PD의 비법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나영석 PD를 향해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면 대박을 치는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그가 스타 PD고, 내로라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지만 그에게 위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삼시세끼 어촌편’을 론칭할 때만 하더라도 탈세 논란으로 배우 장근석이 첫 방송 이틀 전에 하차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첫 방송을 코앞에 두고 위기를 맞은 ‘삼시세끼 어촌편’의 성적을 낙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삼시세끼’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자기복제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악재가 겹치자 많은 사람들이 “첫 회는 장근석의 분량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많이들 보겠지만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준 출연진으로 무슨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겠냐”는 의견을 내놨다.
↑ 사진제공=CJ E&M |
하지만 ‘삼시세끼 어촌편’은 첫 방송에서 시청률 10%를 육박하는 성적을 냈고, 화제성과 인기를 방영 내내 유지하며 tvN에서 방송한 나영석 표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으로 남았다. 악재를 호재로 바꾼 나영석 PD의 솜씨에 많은 이들이 “위기 관리마저도 빛났다”고 극찬하기 바빴다.
그런 나영석 PD에 위기관리에 대해 물었다. 나영석 PD는 위기관리마저 완벽한 PD라는 찬사를 부담스러워하며 “위기관리라는 건 참 희한한 게 익숙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나영석 PD는 이미 절반의 촬영을 마친 장근석의 분량을 모두 들어내기로 결정했다. 누구보다 의욕적이었던 장근석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나 PD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결정은 ‘시청자의 눈’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을 둘러보면 ‘1박2일’에서도 많은 이들이 합류와 하차를 번갈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본업에 충실하고자 예능을 그만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떤 사회적인 물의를 빚어 논란을 겪은 탓에 하차를 한 경우다. 세금 탈세 혐의로 연예계 잠정적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 병역 문제로 프로그램을 하차한 MC몽이 그랬다. 프로그램의 중심축을 맡은 멤버들이 떠나는 것은 예능프로그램에는 큰 위기가 된다.
나 PD는 이에 대해 “프로그램을 하면서 나가시는 분들, 갑자기 사라지시는 분들 정말 많이 있었다. 처음에 저도 이런 걸 잘 못했다. 출연자 한 명이 사라지고 하는 것은 연출진으로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나PD는 “하지만 그건 패밀리쉽(Familyship)에서 비롯된 감정인거고 어쨌든 우리가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끼리 보려고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공공재 같은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저의 입장보다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게 옳은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게 위기관리라면 위기관리다. 위기의 순간이 오면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결론을 내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며 “경험치가 올랐다고 하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템포가 빠른 결정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일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장근석의 하차를 하루 만에 결정한 것이나 ‘꽃보다 할배’가 중동으로 여행지를 잠정 확정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곧바로 포기한 경우가 바로 그렇다. 이에 대해 “물론 저도 심사숙고를하고 여러 동료들과 함께 회의를 거쳐 결정을 한다. 하지만 경험험적으로 어차피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면, 빨리 하는 게 낫고, 시기를 놓치면 후회하게 된다는 건 안다”고 말했다.
나 PD의 빠른 결정과 단호한 대처는 모두 ‘시청자가 봤을 때 어떨까’라는 전제 하에 움직인다. 나영석 PD는 “물론 전에는 저도 자존심을 세울 때가 있었다. ‘내가 결정한 출연자고, 내가 결정한 방향인데 누가 함부로 뭐라 그래’라는 심보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 의미 없는 짓이었다. 제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는 시청자 분들이 보고 웃으라고 만드는 거다. 만약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빨리 결정하는 게 좋다는 걸 알았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에 대응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사진=MBN스타 DB |
나영석 PD가 언급한 ‘자존심을 내려놓은 것’은 온전히 대중의 시선으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일컬어지는 나영석 PD의 예능 스타일도 유연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1박2일’ ‘꽃보다’ 시리즈 등 나 PD의 프로그램은 즉흥적인 부분들이 많다. 꽉 짜여진 포맷이 있는 타 프로그램은 작은 요소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빈자리가 눈에 띈다. 하지만 워낙 ‘완성되지 않음’이 특징인 나 PD의 프로그램 색깔 덕분에 한 두 가지 요소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켜 변동이 된다 해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탓에 더욱 선택의 부담이 덜 하다. 이런 ‘미완’의 색깔이 악재가 왔을 때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인원 변동과 ‘흡연 장면 논란’ 등 다양한 위기를 겪었던 나영석 PD의 위기관리는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온전히 시청자의 위치에서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답이었다. 예능프로그램의 목적과 이를 즐기는 시청자의 눈을 방향 설정의 키로 삼은 나영석 PD의 자세는 분명 의미가 있는 행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