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정’이 시청률 답보상태에 빠졌다. 2회 연속 월화극 1위 자리를 지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대 초반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대장금’ ‘이산’ ‘기황후’ 등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던 MBC가 오랜만에 내놓은 대하사극의 성적 치고는 저조한 수치다.
최고 시청률은 11.8%(닐슨코리아, 2회 방송), 최저 시청률은 9.4%(7회 방송)까지 떨어졌던 ‘화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화정’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으로부터 “‘역경을 극복하는 여주인공의 일대기’와 남장 여인, 관청 생활 등 볼거리, 흥행불패 작가와 화려한 캐스팅 등 사극 흥행 요인을 두루 갖춘 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기대감이 높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여기에 당시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을 통해 높은 인기를 누렸던 차승원이 광해 역으로 나섰으며, 드라마 ‘미생’에서 오과장 역으로 사랑을 받았던 이성민을 비롯해 연기파 배우 김재원, 김여진, 조성하, 김여진, 정웅인, 엄효섭 등이 총출동 할 뿐 아니라 촉망받는 배우 서강준, 한주완 등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황금 라인업’을 완성하기도 했다.
물론 여주인공이자 ‘화정’을 이끌어 가야하는 이연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전작 ‘구가의서’와 ‘미스코리아’를 통해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준 만큼, 여론 역시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화정’이 기대작이었음을 입증하듯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아쉽다는 평이 있었지만 차승원을 필두로 배우들의 연기 합은 당연 으뜸이었으며, 이중 선조 역으로 특별출연한 배우 박영규의 열연은 드라마에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며 몰입도를 최고로 올리기까지 했다. 일각에서는 ‘기황후’ 이후 15%대의 벽을 넘지 못했던 월화드라마 시청률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기분 좋게 출발한 ‘화정’이었지만 처음에는 동시간대 방송된 SBS ‘풍문으로 들었소’의 인기에 막히더니, 이후 아무리 요즘 사극이 고증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조선의 공주가 노예 신분으로 전락해 일본 유황광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는 ‘역사왜곡’은 안방극장의 공감을 사는데 실패하면서 ‘화정’호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인 PD인 김상호 PD가 협심증으로 입원하면서 ‘화정’ 촬영장에서 이탈하기까지 했다. B팀의 최정규 PD가 김상호 PD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방송을 이끌어 가는데 문제는 없다는 것이 ‘화정’의 공식입장이었지만, 메인PD 건강이상 소식은 ‘화정’의 악재 중 하나인 것은 분명했다. 인력의 부재인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최근 ‘화정’의 전개가 과거에 비해 다소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었다. 전작인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강준은 어색한 사극 말투로 아쉬움으로 남기고, 러브라인을 그리는 상대배우 이연희와 만나는 순간 더 심각해진다.
연기를 위해 ‘예쁨’을 버린 이연희의 의욕은 고무적이었지만 오랜만의 사극에 출연한 나머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모습이다. 가장 설레야 할 정명공주(이연희 분)와 홍주원(서강준 분)의 사랑이 시청자에게 큰 공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화려하지만 갈수록 지루해지는 김이영 작가의 ‘용두사미’ 또한 ‘화정’의 답답한 행보에 일조하고 있다. 전작인 ‘동이’와 ‘마의’를 통해 보여주었던 갈등구조는 ‘화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으며, 향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화정’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화정’은 현재 차승원의 연기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제 광해가 ‘화정’에서 하차하기까지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화극 1위를 차지했지만 여진히 ‘화정’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