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간신’은 조선 시대 연산군 1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선 시대 폭군으로 기록된 연산군(김강우 분)이 채홍사라는 기관을 만들고 전국의 미녀들을 불러 모은 채, 국정은 도외시하면서 벌어진 비극을 그렸다. 왕의 곁엔 희대의 간신 임사홍(천호진 분)과 임숭재(주지훈 분) 부자가 있었다.
‘간신’의 또 다른 축은 단희(임지연 분)와 설중매(이유영 분)다. 두 사람은 채홍사 최고의 흥청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련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검무는 물론 수상연회신에서 다양한 안무를 선보인다. 안무 감독으로는 아지드 현대무용단 정의숙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정의숙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간신’의 뒷이야기, 그리고 안무 감독의 고충들까지 들어봤다. 정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N.Y.U(뉴욕대)에서 석사와 ‘씻김굿’의 움직임에 주목한 ‘제의(祭儀)에서의 춤’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또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아지드 현대무용단 대표와 TMI 소장직을 맡고 있다.
Q. 그간 영화 작품에서 안무 감독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었나?
A. “영화에 직접 안무가로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전에 정비석의 1954년도 소설로 서울신문에 연재되어 화제가 되고, 영화로도 여러 번 리메이크되어 만들어진 ‘자유부인’을 이 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자유부인 2010’과 ‘자유부인 2012’를 복합장르 공연물로 창작 한 적은 있죠.”
Q. 이번 영화 ‘간신’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그러면서 예술성을 포함하는 영화라는 장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춤을 일반인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에서 대해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수 필름 대표의 섭외를 받고 작업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Q. ‘간신’이 사극인 만큼 한복을 입고 한복의 움직임도 신경을 써야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A. “네, 맞아요. 한복의 단아한 선을 살리면서도 캐릭터의 역할에 맞는 움직임이 연기자가 입은 한복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전통적 움직임과 현대적 움직임의 조화에 신경썼어요.”
Q. 옛날 자료를 참고했다거나,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이 있다면?
A. “우리나라 전통무용인 ‘검무’에 대한 자료를 참고하였고, 보다 역동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무술감독에게 도움을 받았죠.”
Q. ‘간신’ 속 안무를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나?
A. “신마다 다르지만 예를 들어, 연회 신에서 연산군의 흥청거림과 대조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춤은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이 묻어 나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대조적인 연출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 거죠.”
Q. 안무를 준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요소들이 있다면요?
A. “안무를 준비하기 전에 저는 무용수들과 작품의 주제나 개념에 관하여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저의 안무를 주도적으로 주입하기 보다는 그들이 생각하고 표출하고 싶은 부분을 충분히 수용합니다. 또한 무용안무는 결국 여러 전공(장르)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참여하는 다른 전문가들과도 서로의 의견을 많이 나누고 시작하는 편이에요.”
Q. ‘간신’ 촬영하면서 정신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나?
A. “정신적으로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19금이다 보니 춤이 감상의 레벨을 좌우 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이 됐어요.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을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육체적으로는 늦가을에 촬영하다 보니 수상연회 신이 힘들었어요.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데 추위로 인한 무용수들의 몸 컨디션 조절과 야간촬영이 힘들었죠.”
Q. 영화에서 안무 감독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을까?
A. “전체 영화에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주체가 춤을 통해 어떻게 녹아내어 시각적인 차원이 아니라 내면을 읽을 수 있게 표현해야하는 고민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Q. 작업을 하면서, 혹은 끝나고 나서 가장 보람이 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A. “또 다른 창작의 현장을 체험한 것이 제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성숙하게 한 것 같아요. 드디어 영화가 완성되어 시사회에 참석하였을 때 무용이 아닌 또 다른 창작 작업에 동참 했다는 것이 가장 보람되었고,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춤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렇고요.(웃음)”
Q. 보통 안무 감독이라고 하면 극중에 나오는 무용(춤) 장면에서만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데, 실제로 안무 감독의 영역은 어디까지 미치는가.
A. “영화에서 하나의 단절 된 부분으로 춤 장면이 들어간다면 생명력이 없겠죠? 따라서 전체작품에 영향을 주면서, 역할을 통합시키는 케미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참여했을 텐데 영화만의 매력이 뭘까.
A. “무용작품의 경우 시간예술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는데, 영화의 경우 제작 과정에서도 시공간을 초월하고 또 완성 후 상영되는 부분에서도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관람된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Q.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았나?
A. “페르도 알모도바르의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나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논문을 통해 영화에 나오는 신체성을 연구했어요. 무용을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영화 안에서 몸이 갖고 있는 담론에 대해 주의 깊게 보는 편이죠.”
Q. 사극에서 안무는 그간 많이 시도됐다. 앞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A. “지금까지 사극에서 춤 안무는 볼거리의 소품적인 요소 정도로 시도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간신’에서는 춤의 움직임을 통해 배역의 캐릭터가 상징적으로 나타날 수 있게 표현하고자 하였는데,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신체와 움직임을 통해 그 역할을 온전히 드러내는 작업을 영화에 시도해보고 싶네요.”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