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다큐멘터리 ‘춘희막이’는 박혁지 감독이 연출했고, 홍역과 태풍으로 두 아들을 잃은 본처(막이 할머니)와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후처(춘희 할머니)가 된 두 여인이 남편을 잃고 함께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을 담았다. 미묘한 신경전이 있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본처와 후처의 이야기를 매우 인간적으로 담아내 상영 당시 뭉클함을 선사한 작품이다.
극장보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해 일찌감치 관객을 만났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CGV아트하우스 이상윤 사업담당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픽션보다 더 극적으로 삶의 단면을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역시 “삶의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넘어서는 어떤 보편적인 삶의 명제에 대한 절절한 울림이 뛰어난 영화”라고 의견을 보탰다.
↑ 사진=포스터 |
‘춘희막이’는 ‘워낭소리’ ‘님아’처럼 노인이 스크린에 등장해 정겹고 반갑다. 특히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본처와 발랄하고 활발한 후처의 극과 극 성격이 시선을 모으며 ‘한 남자의 두 아내’가 주는 우울한 기운을 조금은 환기시킨다.
남편의 또 다른 여자를 살갑게 대하는 본처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대를 잇기 위해선 ‘씨받이’를 허용하던 과거의 시대상과 이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본처의 복잡 미묘한 심경이 한데 어우러져 관객들도 이해시킨다. 아이러니한 상황은 더욱 부각되며 과거엔 경쟁자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로서 돕고 의지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두 할머니들의 모습만 봐도 괜스레 뭉클해지고 미소 짓게 된다.
↑ 사진=스틸 |
특히 먼 곳으로 외출에 나선 본처 할머니를 밤새 그리워하는 후처 할머니의 “아이고. 보고싶다. 엄마가 없다”라는 말은 얼마나 의지하는지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몸이 불편한 후처 할머니를 위해 저축하는 본처 할머니의 “돈 많으면 호강하고 돈이 없으면 서러움 구덩이”라는 말 역시 서로 얼마나 생각하고 의지하는지 관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상처로 시작된 두 할머니의 만남이 오랜 세월 후 화합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기고 있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서로를 의지하고 생각하며 평범하게 생활하는 두 노인의 모습이 우정, 용서 보다 더 큰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