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시작부터 ‘무뢰한’이었다”
오승욱 감독은 영화 ‘킬리만자로’ 취재를 통해 느낀 점을 영화 ‘무뢰한’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오 감독은 “취재를 위해 조폭과 형사들을 따라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속한 세계는 다르지만 행동의 본질은 똑같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이 ‘무뢰한’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무뢰한’들이 사랑을 할 때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거의 괴롭힘에 가깝게 그 여자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는 것이 오 감독의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은 ‘무뢰한’의 재곤(김남길 분) 캐릭터를 통해 형상화되어 있다.
이 영화는 살인범의 여자와 그녀 주변을 맴도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형사 정재곤은 살인범 준길(박성웅 분)을 잡기 위해 살인범의 여자 친구이자 술집 마담인 김혜경(전도연 분)에게 접근한다. 그는 혜경이 일하는 술집에 영업상무로 위장취업하며 그녀의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또 밤에는 형사로 돌아가 그녀의 집 앞에서 잠복근무를 한다.
밤낮으로 혜경의 곁을 맴돌던 재곤의 태도에는 언제부터인지 모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그 방식이 매우 투박하여 상대방인 혜경조차 그의 진심을 꿰뚫지 못한다.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뒤섞여 있지만 영화는 끝까지 명쾌한 답을 주지 않고 막을 내린다.
앞선 이야기 설명에서도 드러나듯 형사와 살인자의 여자의 사랑은 그리 독창적인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오 감독은 최대한 절제된 감정, 대사, 음악 등으로 오롯이 이야기를 그려내기에 집중했다. 시종일관 을씨년스러운 영화의 분위기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감정 연기는 관객들에게 더욱 깊이 다가온다. 알 듯 말듯한 묘한 감정을 옹골차게 표현해내는 김남길의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무엇보다 전도연이 전하는 이야기는 관객들들 단숨에 제압한다. 특히 그녀의 얼굴 근육의 움직임, 입가의 주름, 미세한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매우 설득력 있다. 오는 27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