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박선호입니다.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이하 ‘빛미나’)에서 왕위로 잠깐 인사드렸고요, 작년에는 웹드라마 ‘연애세포’에도 출연했었어요. ‘빛미나’ 끝나고 요즘은 운동도 하고 연기 연습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복싱을 시작했는데요. 복싱이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는 운동이라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는데 이제 막 폼 잡는 것 연습하는 정도에요. 정말 ‘주먹 뻗는 연습’하는 수준?(웃음) 얼른 잘하고 싶어요. 이렇게 마음도 가다듬고, 몸도 만들면서 다음 도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빛미나’ 같은 사극 한 번 더!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종영하고는 한 달이 좀 넘었어요. 운 좋게 마지막 촬영에 함께 하게 됐는데요. 오랜만에 다른 선배님들도 뵙고 정말 좋았어요. 사실은 ‘언제까지 안 불러주실 건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웃음) 그래도 마지막 회에 함께 나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죠. 종방연 때에도 선배님들께서 좋은 조언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급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언젠가 기회는 찾아오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으라’는 장혁 선배님의 말이 가장 생각나네요. 그래서 지금 운동도 하면서 마음, 몸을 가다듬고 있는 거예요, 복싱도 하면서.(웃음)
저는 신인이다 보니까 어느 작품이든, 무슨 역할이든 합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게 확실히 다르거든요.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이 정말 남다르죠. 그래서 어느 기회라도 저는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데뷔한 지는 1년이 조금 지났어요. 마음에 드냐고요? 연기한 걸 돌이켜보면 부끄러울 뿐이죠(웃음). 연기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이런 걸 보완해서 다음 작품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마음이 항상 원동력이 되곤 해요.
↑ 사진제공=싸이더스HQ |
아, 아시겠지만 ‘빛미나’에서 별로 제 분량이 많지는 않았어요.(웃음) 섭섭하지는 않았냐고요? 흠. 신인이라 그러면 안 되는데 사실은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제 분량을 보고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인간인지라.(웃음)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어요. 다른 선배님들과 호흡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훨씬 마음에 많이 남아서 그런 게 금세 사라졌죠. 또 사극도 제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말 색달랐어요. 복장부터 어색했으니까요. 일단 제가 혼자 입으면 늘 순서를 틀리게 입으니 늘 의상팀 분들께서 옷 입는 것부터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머리 위에 상투를 트는데 이걸 자꾸 잊고 그냥 차 안에 들어가다가 머리가 망가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웃음)
사극 말투도 역시 달랐고요.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도 많이 쓰기 때문에 어색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봤을 때에는 여전히 어색한 것 같아요.(웃음) 사극은 기회만 주신다면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말도 타보고 싶고.(웃음) 무엇보다 사극 로맨스를 정말 해보고 싶어요. 옛날 말투에서 오는 설렘이 남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예전부터 사극 로맨스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 연기의 시작, ‘황금무지개’와 ‘연애세포’
웹드라마 ‘연애세포’에서는 감사하게도 주연을 맡았어요. 제 역할인 마대충이라는 인물과 저는 정반대의 성격이라 솔직히 걱정도 조금은 했죠. 저는 어떤 일이든 세심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는 편인데 마대충은 그런 게 없이 ‘대충대충’이었거든요.(웃음)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그런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게 제 안에도 작은 부분에는 그런 ‘게으른 면’이 있다는 거였어요. 사람은 어느 순간에는 늘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저의 순간을 끄집어내 증폭시켜보자 싶었어요. 그런 과정들도 제게는 많은 경험이 됐어요.
무엇보다 주연이라는 것이 제게는 많은 걸 알려준 자리였어요. 신이 많다보니 힘들긴 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말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가 ‘으쌰으쌰’하는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현장이 정말 재밌다’고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배우들도 다 제 또래였거든요. 그래서 정말 친해져서 너무나 편해진 바람에 애드리브도 저절로 나올 정도였어요. 그런 것도 감사했죠. 신인 배우가 첫 주연을 맡아 얼어있을 법도 한데, 워낙 주변에서 편하게 해주시고 ‘놀게’ 해주셔서 정말 저를 풀어놓고 카메라 앞에서 ‘놀았던’ 것 같아요. 제게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제가 사실은 MBC 드라마 ‘황금무지개’로 데뷔하기 전, 6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웃음) 그리고나서 작년에 ‘황금무지개’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활동하게 됐죠. 제가 그렇게 갑자기 연기를 하게 된 이유요? 그만큼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캐릭터만큼은 저와 똑같이 보이면 안 되잖아요. 정말 그 캐릭터처럼 보여야 하고. 저랑은 다른 삶을 산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니 거기에서 오는 새로운 즐거움들이 있더라고요. ‘황금무지개’를 하면서 그런 재미를 알았는데 그 때 드는 생각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삶들을 살아볼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이었어요.
감독님, 스태프, 배우 분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정말 특별했죠. 모두와 함께 해야 결과물이 나오는 게 바로 연기잖아요. 그런 점에서 오는 재미도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정말 신기했던 게 ‘황금무지개’를 촬영한 게 2주인데, 그 2주 안에 6년 동안 준비했던 가수의 길을 접고 ‘연기 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하게 된 거예요. 물론 연기가 정말 잠도 못자고 힘든 것도 있지만 모두와 함께 만들어가는 그 행복이 정말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연기를 하는 걸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모든 게 복합적으로 제게 확 와 닿아 더욱 쉽게 연기를 해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6년간의 가수 연습생, 그리고 배우로서의 지난 1년
아, 6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는 걸 듣고 놀라셨구나. 많이들 그러시더라고요.(웃음) 1년 전에 회사를 옮기고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활동하게 됐어요. 가수를 어렸을 때부터 준비하고, 노래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소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했죠. 그러다보니 저는 그것만 있는 줄 알았던거예요. 제가 가수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할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백댄서 경력도 생기고 하다 보니 무대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어요. 비록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무대에 올랐을 때 그 함성이나 불빛들이 자꾸만 생각나는 거예요. 그렇게 가수 준비를 하다 연습생 신분으로 드라마 ‘황금무지개’에 합류를 하게 된 거죠.
그 작품이 제게는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황금무지개’는 처음에 하면서도 ‘아, 연기 정말 재밌다’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드라마를 찍으면서 연기자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 거에요. 물론, 6년의 연습생 생활을 두고 연기자로 새로 시작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좀 무모한 도전일 수 있죠. 저도 나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상하게도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더라고요. 결정을 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서는 한 두 달 정도는 계속 생각이 나긴 했지만요.(웃음) 하지만 저는 춤과 노래를 배웠던 그 6년의 시간이 제게는 정말 큰 자양분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처음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요? 초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어요. 어렸을 때에는 ‘내가 무슨 가수야’라는 게 있어서 도전을 못했어요. 그러다 길거리 캐스팅이 됐는데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죠. 그 때에는 포기를 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에 친구가 ‘얼짱 콘테스트’같은 것에 제 사진을 냈는데 제가 당선이 된 거예요. 그걸 보고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 사진제공=싸이더스HQ |
그런 기회가 또 찾아오니 이번엔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연속으로 기회가 오니 제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조금씩 생겨났고 부모님을 설득하게 됐죠. 몇 달 동안의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최종합격을 하니까 무언가 내가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이런 느낌도 들더라고요.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가수라는 길에 대한 꿈이 더욱 확고해졌어요. 힘든 것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재밌다는 느낌들이 직접적으로 다가왔어요.
연습생으로 학창시절을 모두 보냈기 때문에 분명히 친구들과의 학창시절에 흔히 할 수 있는 걸 못해본 것은 아쉽죠. 연기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학창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더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연기로 지금보다 많은 걸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지금의 제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건 그 때 연습생 생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고, 6년의 연습생 생활을 통해 배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래서 연습생 생활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연습생이라는 신분은 아무래도 불투명 속에서 계속 나아가야 하는 신분이잖아요. 그러다보니 그런 과정 속에서 저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넌 언젠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될 거야’라는 것을 되새겼어요. 그러다보니 크게 넘어지거나 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그렇게 제 자신을 믿는 과정은 계속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 연습생 생활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연습생 박선우에서 배우 박선호가 되기까지
아마 인터넷으로 찾아보시면 제 이름이 두 개인 걸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원래 연습생 때에는 박선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거든요. 그래서 ‘황금무지개’에는 박선우로 기재가 돼 있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본명과 활동 이름이 많이 다른 것도 아닌데 그냥 제 이름을 써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자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는 제 본명인 박선호를 사용하게 됐어요.
그렇게 연습생에서 연기자로 방향을 튼 것에 후회는 없냐고요? 당연하죠. 저는 지금까지는 나름 잘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웹드라마 ‘연애세포’로 미국 웹드라마 페스티벌에서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까지 됐었고.(웃음) 저는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회사에서 제게 얘기하시는데 ‘장난치시는구나’ 싶었어요. 그 정도로 얼떨떨하고 영광이었죠.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생각하니 힘이 많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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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 선배님을 평소에도 롤모델로 항상 꼽는 분인데 저는 영광스럽게 두 번이나 함께 호흡을 맞췄어요. 정말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시는 분이다. 만날 때마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한 번 만나면 길게는 두 시간까지도 제게 인생에 대해, 연기에 대해 많이 말씀을 해주세요. 정말 너무 감사할 뿐이죠. 어렸을 때부터 저는 장혁 선배님과 장나라 선배님의 ‘명랑소녀성공기’를 정말 재밌게 봐서 굉장한 팬이었어요. 처음에 장혁 선배님 봤을 때에는 너무나 신기했어요. 그렇게 팬인 장혁 선배님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연기를 하면서 또 하나의 뿌듯함이죠. 다른 선배님들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워낙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했는데 제가 TV와 스크린으로만 보던 분들과 직접 연기를 하게 되니 그것에서 오는 뿌듯함이 커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됐으면 좋겠냐고요? 음.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싶어해주시는 ‘박선호’가 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시청자들이 ‘어, 박선호 나온다’ 이러면서 드라마를 보실 수 있는. 제 이름에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고요. 배우가 끝이 없잖아요. 20대, 30대, 40대, 50대의 연기가 다 있고요. 제가 끊임없이 노력만 하면 언젠가는 그 모든 연기를 다 하게 될 거고, 이름에 신뢰도가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