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명예와 부를 두 손에 쥔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에게 행복을 물었다. 성공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 거란 전제 아래 50대 거장에게 건넨 이 질문은 어쩌면 당돌하게 느껴졌을 법도 했다.
그러나 지미추는 그저 먼곳을 보고 잠시 생각하더니 가볍게 대답했다, “Yes”라고.
지미추는 최근 MBN스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로서가 아닌 인간, 55살 한 남자로서 인생에 대한 여러 혜안을 제시했다. 어느 나라를 가도 그의 구두가 놓여있고,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반가워하는 그였지만, 진실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행복은 의외로 소박했다.
“저 역시도 지금 계속 행복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 행복은 제 주변 사람과 가족, 그리고 나아가 디자인 산업에 관한 것일 수도 있죠. 또한 이 일을 꾸준히 하고 그 성과를 후손들이 알아줄 때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의 제 삶을 다듬어서 나중에 어린 아이 기억에도 남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그의 목소리엔 열정이 깃들어져 있었다. 이미 명성을 알린 후라 일에 대해 느슨해졌을 법도 한데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백지에 기록하는 그다.
“초심을 잃어선 안돼요. 아직도 전 하루 2-3시간 밖에 안 자면서 꾸준히 준비하죠.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요. 자만심을 버리고 지금 이 직업을 정말 사랑한다는 마음을 꾸준히 지녀야 하거든요. 또한 어떤 파트너와 일해도 상대를 편안하게 해줘야 국제적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고요. 전 후배들에게도 항상 겸손과 예의, 배려를 강조해요. 그게 디자이너로서 가장 갖춰야 할 덕목이죠.”
↑ 사진=곽혜미 기자 |
제2의 지미추를 꿈꾸는 수많은 지망생들에게 지침이 될만한 얘기였다. 세계 최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능력이나 실력만 갖춰야 하는 게 아니라 인성을 꼭 다듬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었다.
“나 혼자 잘났다고 해서 성공할 순 없어요. 어떤 직종이던 서로 사랑하고 아껴줘야 자신도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제 경우에도 상대가 제 디자인을 안 좋아하고 불만을 말할 수 있지만 절대 항의하거나 싸우지 않아요. 원만한 관계를 이룬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성공한 거로 볼 수 있거든요.”
↑ 사진=곽혜미 기자 |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아닌 옆집 아저씨처럼 인생의 지혜를 들려주는 목소리가 사뭇 진지했다. 늘 취업난에 쫓겨 젊은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한국 청춘들의 실태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얘긴 들었어요. 물론 직장을 구하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해요. 전 아직도 무조건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면서 계획하고 준비하는 걸요?”
세계 패션의 중심에 섰지만 아직도 디자인을 향한 열정만으로 심장이 뜨겁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꿈이 있느냐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지금도 어느 나라를 가던 존중받는 걸 느껴요. 하지만 이런 부와 명예를 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나라에 디자인 꿈나무들을 발굴하고 어시스턴트로 데리고 다니면서 제2의 지미추가 나올 수 있는 커넥션을 만들어야 해요. 또 제가 먼저 알게된 디자인을 그 친구들에게 전수하는 게 중요하죠. 후배를 끝까지 양성하고 싶고, 죽기 전까지 영원한 디자이너로 남고 싶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