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수의견’ 제작보고회, 김옥빈-윤계상-유해진 등 출연
‘용산참사’ 모티브, “기시감 있지만 모두 허구”
배우 윤계상은 같이 연기한 배우의 이름을 까먹었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인상깊은 장면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다. 주연배우 뿐 아니라 감독조차 비슷했다. 김성제 감독은 어떻게 윤계상과 유해진의 조화를 생각해 캐스팅됐느냐고 묻자 “촬영한 지 오래돼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보통 때라면 예의 없다고 비난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돌 날아오는 소리도 들릴만 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과 그간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알게 되면 윤계상과 감독을 두둔할 만하다.
오는 25일, 2년 만에 개봉하게 되는 영화 ‘소수의견’. 이 영화는 영화계에 뜨거운 감자다. 2009년 있었던 ‘용산참사’가 모티브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 죽은 16세 소년의 아버지가 진압 중 사망한 20세 의경의 살인자로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가권력과 변호팀의 진실 공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참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시선이 따른다.
정부가 좋아할 리 없는 영화다. 투자, 제작, 배급, 상영에 이르기까지 ‘성한 곳’이 없다.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상황도 감지됐다. “이 영화를 투자배급했던 CJ엔터테인먼트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배임·횡령·탈세 관련) 대법원 판결에 앞서 ‘소수의견’을 폐기처분했다”는 원작자의 글이 SNS에 올라왔다 사라진 적이 있고, “CJ가 정권에 보내는 수십억 원짜리 화해의 메시지”라는 주장도 일부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최근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을 맡아 개봉을 결정하면서, 이 폭탄의 뇌관이 제거된 듯 보인다. 물론 평가는 관객의 몫이긴 하다.
이날 진행된 영화 ‘소수의견’ 제작보고회에서 김성제 감독과 유해진, 윤계상, 김옥빈 등 배우들은 창고에 묵혀있던 영화가 빛을 보게 된 데 대해 감격스러워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했는데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김의성),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절대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많은 분이 영화를 보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윤계상), “법 적용 문제가 우리 사회에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는데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말 재미있을 것”(권해효)이라는 등의 말로 기쁨과 자신감을 표했다.
물론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읽혔다. 더는 괜한 오해를 받기 싫다는 의미일 수도, 온전히 영화로만 평가받고 싶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도 있다.
“‘소수의견’은 모두 허구입니다. 배우가 연기한 역할들도 실존하지 않아요. ‘용산참사’ 사건이 근처에 있던 일이라 기시감이 들 수 있죠. 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선정적이게 다루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이 있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김성제 감독)
윤계상이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변호사 윤진원으로, 김옥빈이 타고난 감과 끈질긴 근성을 가진 열혈 기자 공수경을 연기했다. 유해진이 윤계상의 동료 변호사, 이경영이 아들을 잃은 철거민, 권해효가 이 사건의 판사, 이의성이 검사 역할로 나온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