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쪽대본의 책임을 모두 작가에게 전가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수익구조가 달라 그 요구를 시시각각 대본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쪽대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쪽대본 사태의 잘못은 모두 작가에게만 있는 것일까. 나태하고 게으른 탓에 데드라인 임박할 때까지 벼락치기로 숙제를 끝내는 것일까. 그러나 쪽대본에 대한 작가들의 얘기는 사뭇 달랐다.
◇ 방송사 vs 제작사, 양 측 싸움에 ‘작가’ 등만 터지네
쪽대본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서로 다른 수익 구조’ 때문. 작품에 수익을 위한 PPL이나 시청률 노림수를 더욱 많이 넣으라고 작가에 압력을 주는 탓에 드라마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방송사는 드라마 시작 전후에 붙는 광고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외주제작사는 작품 속 PPL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 한 작품 안에서 PPL도 챙기면서 높은 시청률로 광고를 ‘완판’시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작가 A씨는 “만약 제작사가 한 리조트가 드라마에 몇 회 들어가는 조건으로 2억을 투자 받으면 이는 바로 작가에게 압력으로 들어온다. 대본에 즉각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며 “또한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이런 PPL 계약이 계속 느는데, 이를 모두 수습하는 건 작가의 몫이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대본을 이미 다 써놔도 PPL 계약 때문에 담당 PD가 찾아와 상품을 대본에 넣으라고 난리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귀띔했다.
↑ 디자인=이주영 |
제작사가 PPL로 작가를 흔든다면 방송사는 광고 판매 기준인 분당 최고 시청률로 압박을 가한다. 특히 주연보다 조연이 연기한 장면이 시청률이 더 잘 나온다면 작품은 ‘안드로메다’행을 예약한 셈이다. 방송사에서 주연을 버리고 그 조연을 더 많이 나오게 수정하라고 지시해 할 수 없이 산으로 가는 쪽대본이 탄생한다고. 이런 환경에서 노희경, 김수현 작가처럼 쪽대본 없는 스타 작가가 되길 바라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 “쪽대본은 작가 탓? 현실 몰라줘 섭섭”
제작사나 방송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작가 의도대로 대본을 완성하면 쪽대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역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A씨는 “PPL 요구에 맞춰 그때 그때 대본을 잘 써주고 방송사 얘기도 잘 들어줘야 다음 작품 계약하는 게 순조롭다. 이뿐만 아니라 편성도 잘 되니 작가에겐 ‘쪽대본을 감행하고서라도 다시 써줘야 하나’라는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쪽대본에 관한 온갖 비난이 작가에게로 쏠리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글을 안 써 본 사람들이 대본에 한 장면 더 넣는 게 뭐가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PPL을 넣더라도 극 중 개연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으냐. 생뚱맞게 쓸 순 없으니 대본을 여러 번 수정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현장에서 불만이 나와도 이런 시스템 문제점이 바뀌지 않는 한 쪽대본 사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쪽대본’③으로 이어집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