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어린 시절은 상처가 가득하다. 분노도 쌓였다. 하지만 그 얼굴은 온화해 보인다. 그래서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걸까. 남자의 눈빛과 표정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영화 ‘엘리펀트 송’ 속 자비에 돌란이다.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료 의사를 찾으려는 그린 박사와 그 마지막 목격자인 정신질환자 마이클의 진실을 찾기 위한 미스터리 드라마에서, 그는 오롯이 마이클이 됐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최연소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연출작 ‘마미’ 이후 선택한 주연작이다.
자비에 돌란은 ‘엘리펀트 송’에서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파이크 함장 역을 연기한 브루스 그린우드와 심리 싸움을 벌인다. 현실 속 그가 영민하게 천재적 연출력을 발휘한 것처럼, 영화에서도 마이클은 그린 박사와의 대결에서 영민한 머리를 이용해 우위를 선점한다.
‘엘리펀트 송’은 무엇보다 그린 박사와 마이클의 연기 호흡이 볼거리인 영화다. 한판의 체스게임처럼 두 사람의 대화는 흥미롭게 펼쳐진다. 수수께께 같은 대화들 속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관심을 높인다. 심장을 터트릴 만큼 치밀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그래도 마이클이 “진료 기록을 보지 말 것”, “간호사 피터슨은 이 문제에서 배제시킬 것”, “모든 것이 해결되면 초콜릿 박스를 선물할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대화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며 보는 맛도 쏠쏠하다.
‘완벽한 하루’를 위해 내걸었던 조건들. 특히 세 번째 조건으로 상처 가득했던 마이클이 치유받은 거라 할 수 있을까.
제목으로 쓰인 ‘엘리펀트 송’은 어린 시절 마이클의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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