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닮았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백화점 판매사원 변지숙(수애)과 사고로 사망한 국회의원 딸 서은하(수애). 은하가 사고로 목숨을 잃자 지숙은 그녀의 삶을 대신 살아가게 되고, 심지어 약혼자 민우(주지훈)와 정략 결혼까지 하게 된다.
도플갱어라는 설정에 죽은 사람을 대신해 살아가는 스토리, 여기에 재벌 남주와 평범한 여주의 로맨스라는 클리셰까지. 사실 ‘가면’에는 ‘막장 드라마’라 불릴 요소가 다분하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전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억지스러운 부분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뜬금없는 장면에 살짝 고개가 갸웃거리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 모든 걸 커버해 주는 것은 연출도 편집도 아닌 주지훈과 수애의 ‘케미’다.
11일 방송된 SBS 수목 드라마 ‘가면’ 6회에서는 민우(주지훈)가 지숙(수애)에게 점차 흔들리며 마음을 여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다. 지숙의 남동생 지혁(호야)을 지숙의 숨겨놓은 애인이라 착각하고 질투하는가 하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지숙을 보고 “뭐하는 거냐”며 분노했다.
결혼반지를 주으려다가 물에 빠져 저체온증에 걸린 지숙을 따뜻하게 품에 안기도 했다. 지숙 또한 차갑고 까칠한 줄만 알았던 민우의 따뜻한 속내와 다정한 행동에 조금씩 설렘을 느끼게 됐다.
아쉬운 점은 바로 여기서 등장한다. 아무리 외로움이 짙고 사랑이 결핍된 인물이라지만, 민우가 지숙에게 마음을 열게 된 계기가 설득적이지 못했기 때문.
냉정하게 “이 결혼은 일종의 거래다”며 당장이라도 죽일 듯 선을 긋던 민우는 어디로 가고, 지숙의 남동생 지혁을 질투하듯 “그 남자 누구냐”고 묻는 귀여운 민우만 남았다. 심지어는 지독한 결벽증이 있음에도 물에 젖은 지숙의 옷을 벗기고 알몸으로 그녀를 밤새 품에 안기까지 했다.
민우가 어느 시점에서 지숙에게 빠져든 건지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기에, 급작스레 그가 ‘츤데레’로 변하게 된 이유도 설명되지 못했다.
지난 4화까지와는 달리, 개연성이 부족한 대본이나 촌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연출, 흐름이 뚝뚝 끊기는 편집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이번 6화에는 보는 이들을 살짝 오그라들게 만드는 대사와 장면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민우가 납골당에서 죽은 어머니를 위해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 지숙이 잔잔한 계곡 물가에 빠져 죽을 듯이 발버둥치는 모습, 무인도에서 연락이 끊긴 지숙을 단번에 찾아온 석훈(연정훈)의 엔딩장면 등은 “너무 뜬금없다” “조금 오버한 게 아닌가”하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중요한 장면 마다 갑작스레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는 편집도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가면’의 면면을 따져보면 허술한 부분이 상당수 드러나지만, 대본 연출 편집의 아쉬운 구멍들을 주연배우 주지훈과 수애의 ‘케미’가 모두 메워주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배우들의 케미가 아깝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주지훈과 수애의 케미에 열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1인 2역을 하면서도 놀랄만치 다른 사람인 마냥 잘 소화해내는 수애와, 섬세한 표정 및 행동으로 민우에 완벽 빙의한 주지훈의 연기에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연출 대본 편집의 삼박자가 어긋나다 보니, ‘치명 멜로’의 가장 중요한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게 지적 포인트.
두 사람의 비주얼과 연기력이 만나 역대급 케미를 발산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전개가 계속된다면 마냥 ‘명품 드라마’라 찬양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민우는 지숙의 진짜 정체를 알지 못하고, 지숙은 서은하로 살아가면서도 예전의 모습을 버리지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케미스트리 만큼, 드라마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좀더 섬세하게 갖추려 노력한다면 좀 더 흥미진진한 ‘가면’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