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보고 또 보고’에서부터 ‘압구정 백야’까지 ‘막장의 대모’ 임성한 작가에 친정 역할을 해 주었던 MBC가 결국 등을 돌렸다. 계속되는 자극적인 설정과 개연성 없는 스토리, 그리고 반복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철퇴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것이다.
지난 3월 ‘방심위’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버러지 같은 게” “부모 없이 큰 게 자랑이고 유세야” 등의 폭언과 함께 얼굴에 물을 뿌리고 따귀를 때리고, 병문안을 간 신랑이 깡패들과의 시비 끝에 벽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하는 등의 내용을 다룬 ‘압구정 백야’에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압구정 백야’는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극단적인 상황 설정과 폭언·폭력 장면 등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한 것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5조(윤리성)제1항, 제44조(수용수준)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임성한과 MBC의 인연은 매우 깊다. 임성한 작가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해 준 ‘보고 또 보고’ 뿐 아니라 그의 대표작인 ‘인어아가씨’ ‘온달 왕자들’ ‘왕꽃 선녀님’ ‘오로라 공주’ 등 대부분의 작품들은 MBC에서 방송됐다. ‘하늘이시여’ ‘신기생뎐’을 제외하고 남은 작품 모두 MBC에서 방송된 만큼 MBC와 임성한 작가의 인연은 매우 단단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시청자들의 비난과 방심위의 경고에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드라마 작가들은 현재작이 끝날 때 차기작 계약을 하는데 임성한 작가와는 현재 계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약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임성한 작가의 MBC 퇴출을 공식화 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임성한 작가는 “목표로 하던 10작품을 모두 다 채웠다”라고 말하며 드라마 은퇴 선언을 알렸다.
‘막장드라마’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임성한 작가의 은퇴 선언은 드라마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임성한 작가의 은퇴를 시작으로 막장드라마에 철퇴가 내려지는 것이냐는 시선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방송회관에서 방심위와 한국방송비평학회가 공동 주관한 ‘저품격(막장) 드라마 이대로 좋은가? 저품격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막장 드라마의 등장 이유로 충당하기 어려운 제작비와, 광고가 줄어들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방송사, ‘막장’ 요소를 배제한 순간부터 뚝뚝 떨어지는 시청률 등 이날 토론회는 막장 드라마를 놓고 각기 다른 입장과 온도 차이를 전하는 동시에 이러한 드라마가 계속되는 이유와 이에 대한 해법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심위 한정희 위원은 “저품격 드라마의 개선을 위해서는 시청률 평가 기준 외에 사회성, 독창성, 오락성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드라마에 공영성 지수를 부여해서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나 피디에게는 강한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임성한 작가가 인연을 끊었다고 해서 MBC가 막장 드라마에 자유로워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MBC는 자극적인 소재와 개연성 없는 전개 등 막장 드라마라고 불릴 만한 작품을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MBC는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등 또 다른 ‘막장의 대모’ 김순옥 작가의 작품을 2015년 하반기에 선보이겠다고 공식화 했다.
김순옥 작가의 컴백이 예고된 가운데, 과연 MBC가 임성한 작가를 반면교사 삼아 한층 진보된 드라마의 탄생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