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격리지역 ‘장덕마을’, 그곳은 지금
“저는 폐암 환자예요. 병원에 가야 할 날짜거든요. CT도 찍어야 하고 항암 치료도 해야 하고… 세 군데 예약이 되어 있는데 못 갔어. 이제는 약도 떨어졌어요…“(격리된 순창 장덕마을 주민)
“(필요한 물품들은) 부탁하면 거의 사다주시고요. 아니면 지인분한테 부탁해서 입구에서 따로 받아오거나 그렇게 해요. 저희만 자고 하는 게 아니고 모든 국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순창 장덕마을 주민)
메르스 바이러스가 한국을 뒤흔든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던 지난 주말, 4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가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전북 순창의 할머니가 지난 12일, 집중치료 중 사망했다.
할머니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할머니가 살던 전북 순창 장덕마을은 최초로 마을 전체가 봉쇄됐다. 지난 8일부터 현재까지 모든 출입이 전면 통제된 장덕마을.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장덕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불편하지만, 메르스 확산을 위해서는 당연히 봉쇄 조치에 협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덕마을 주민들을 추적60분이 언론사 최초로 만나보았다.
■ 초기 대응의 실패, ‘비밀주의’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확진 환자는 점점 늘어났고, 국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혔지만 정부는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보건 당국은 정보를 공개할 시 국민들이 겪을 불안과 혼란을 우려해 병원명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정보를 감추고 공개하지 않는 동안 오히려 온갖 추측이 난무하며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갔다. 정부는 유언비어에 엄정 대처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할 뿐, 시민들의 정보 공개 요구를 한동안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에서 빨리 공개를 해 주어야 됩니다, 우리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의료진들도 이에 대한 정보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석훈 교수)
그렇다면 당초 보건당국의 입장처럼, 과연 온전한 정보 공개가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을까?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12일까지 메르스 연관어 검색을 보면 불안, 의심, 무섭다, 공포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많았고, SNS 메르스 언급량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6월 7일,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SNS 메르스 언급량은 감소 폭을 보였다.
“그만큼 정확한 정보의 공유가, 특히나 이제 국가적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정교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메르스 최전선을 사수하는 의료 사병들 – 사투의 현장
“거의 6월 초부터는 집에 못 들어갔어요. 부모님들도 걱정 많이 하시고 왜 네가 이걸 하냐, 이렇게도 얘기하시는데 그래도 제가 감염내과를 지원했고 나서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계속 하고 있습니다.“(충남대병원 감염내과 전공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엘리베이터에 타지 말았으면 좋겠다, 당분 간 아는 척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저희 자녀들입니다. 저희 직원들 자녀들이 따돌림 당하거나 격리당하고. 이런 게 가장 가슴 아파서 저희 간호사들 많이 웁니다.“(대청병원 간호부장)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은 ‘메르스 공포’, 이런 상황 속에서 의료진들은 메르스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 사병들이다.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3교대 근무에서 2교대로 열악해진 근무 조건 속에서도 의료진들은 사명감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가중된 업무량에 차가운 사회의 시선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메르스 최전선 현장.
“숙소 안에서 생활하고 있고요. 엄밀히 말하면 격리죠. 1인실 쓰고 있고 저희도 가급적이면 다른 분들하고 접촉은 피하려고 하고 있고요. 밤 9시까지는 여기 야외 진료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평택 보건소 공중보건의)
“따로 음식물 쓰레기가 내려오지 않게 자체 처리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는 겁니다. 그래서 이 일회용 용기 같은 경우도 바로 병동에서 폐기물 박스로 쌓여져서 나중에 폐기물로 처리가 됩니다.“(대청병원 조리실 직원)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대청병원. 격리된 병동 안에서 환자들과 격리대상인 보호자, 간병인,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하루 종일 방진복을 입고 메르스 의심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만나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대청병원 메르스 격리병동의 24시간을 들여다 보았다. 메르스 최전선에서 추적 60분 제작진이 그 긴박한 현장을 취재했다.
그런가 하면, 국가지정 격리병원인 충남대 병원의 경우 상황이 더욱 긴박하게 돌아간다. 메르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6월부터 아예 병원에서 생활하다시피 하며 사는 의료진들, 메르스 중증 환자들을 음압병동에서 집중 치료하며 애쓰고 있는 의료진들의 사투 현장을 밀착 들여다보았다.
■ 메르스 확산의 원인은 무엇인가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해 국내로 유입된 사스. 12년 전 완벽하게 사스 대응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초기 대응 실패로 문제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한다. 이번 주 <추적 60분>은 메르스 사태의 현장을 찾아가 보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현 사태의 원인을 살펴본다.
“메르스 같은 경우는 연구가 그렇게 많이 진행되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잘 모른단 말이에요. 아무도. 알려진 부분도 있지만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야 되는데 그런 거 인정하기 싫잖아요.“(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현재까지 70명 이상의 메르스 감염자를 발생시킨 국내 굴지의 S병원 응급실. 전국 각지에서 온 환자들로 붐비는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우리가 흔히 빅5라고 하는 병원들은 몰려오는 환자들로 늘 만원이지만, 전염성을 가진 환자를 격리하는 공간도 없다. 여기에 만족할 때까지 여러 곳의 병원을 옮겨 다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병원 쇼핑문화가 더해져 메르스의 병원 간 전파를 촉진시켰다.
“지금 응급실 내에 병상이 하나 내지 두 개가 있어요.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는 그 병상은 심정지 환자들을 위한 병상이에요. 나머지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말이에요.“(송형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
우리나라에만 유독 많은 다인실의 경우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 문병객까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주로 1인실을 격리병동으로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
“적어도 응급실만은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다 들어가서 보고 손잡고 하는 행동은 이제 자제할 때가 되지 않았나“(송형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