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밴드로 활동하는 것은 연애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멤버들간의 성격, 음악적 견해 등 팀이 와해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팀을 이어온 피아가 대단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피아는 지난 4월, 4년만에 정규 6집 ‘피아’(PIA)를 발표했다. 오랜만에 발매하는 앨범이었기 때문일까. 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타이틀곡 ‘백색의 샤’는 K인디차트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인기의 이유에 대해 피아는 “정규를 안 낸지 오래돼서 팬들이 많이 듣지 않았나 싶다”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여줬다.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기 때문에 피아가 들인 공도 남달랐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더 유즈드(The Used), 옐로우카드(Yellowcard) 등의 믹스 엔지니어로 활동 중인 폴 레빗(Paul Leavitt)이 엔지니어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 사진=윈원엔터테인먼트 |
“저희끼리 녹음을 다 하고 나서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서 작업을 했다. 사실 원하는 사운들을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걱정을 했는데 좋은 사운드로 돌아왔다. 오고가는 과정이 길었지만 2~3번 만에 완성이 됐다”(옥요한)
“록음악은 외국이 본토 아닌가. 그래서 그것만 작업하는 분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 동안 비용이나 절차 때문에 망설였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돼서 록음악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맡길 수 있었다.”(심지)
사실 피아의 정규 6집은 작년에 발매될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1년을 미뤘다. 세월호 참사가 피아에게 미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인 ‘북서풍’을 실기도 했다.
“기범이가 썼는데 처음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다. 약간의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고 그런 의미를 담아두지 않았다. 근데 멜로디가 처연하더라. 참사 이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 매치가 됐다.”(옥요한)
매 앨범마다 많은 이야기를 넣었던 피아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바로 ‘자연의 위대함’이다. 타이틀곡인 ‘백색의 샤’도 태풍을 인도어로 황제라는 뜻인 ‘샤’로 표현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주는 위협적인 모습을 표현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시작되는 위대함을 전하고 싶었다.
“매 앨범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이번엔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숙연하게 살자는 의미를 뒀다. 자연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인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 이번 앨범에선 직설적인 사랑 이야기는 없다. 사랑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너무 나오니까 어떻게 표현을 해도 와닿지가 않더라.”
피아가 결성된 지도 벌써 10여년이 넘었다. 그 과정에서 피아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서태지다. 피아는 서태지컴퍼니 소속으로 9년이나 함께 했고 서태지와 함께 무대에 오르면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래서 서태지컴퍼니를 나와 새롭게 시작했을 때 그 누구보다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피아는 서태지를 ‘나무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서태지의 그림자를 지우고 싶지 않다. 나무 같은 존재로 그 그늘에 항상 있었다. 그림자가 없어지면 저희도 지워질 거다. 항상 따라 다닐 말이고 서태지라는 뮤지션이 저희와 함께 언급되는 자체도 감사하다.”(옥요한)
“두 번이나 재계약을 했고 꽤 오랜 시간 있었다. 근데 우리끼리 얘기를 했을 때 안 좋아하는 게 생기더라. 그게 위험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계약을 하려고 했을 땐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밴드들을 컨트롤하려고 했다. 그래서 색이 많이 바뀌어서 나오기도 했는데 서태지컴퍼니는 아니었다. 우리 얘기만 들었다. 저희는 오히려 뭐라고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심지)
멤버 교체 없이 한 팀으로 10여년의 시간을 지켜온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정상급 밴드로서 말이다. 이러한 무게감을 잘 알고 있는 피아는 후배 밴드들을 위한 일에 앞장서며 선배로서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ABBD’(ABBD: Alpha! Bravo! Beta! Day By Day) 공연이다. 피아는 이 공연을 통해서 걷은 수익금을 합주실도 없는 후배 밴드에게 돌려주고 있다. 올해로 벌써 4회를 맞았다.
“시베리안허스키의 보컬인 친구가 죽었을 때 미디어에도 잘 노출이 안 되더라. 장례식도 쓸쓸하고 밴드들도 안 좋은 일이 있을 땐 잘 못 뭉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밴드를 오래하는 이유도 우리 밑에 누가 나타나지 않으면 밴드 문화가 설 수 있는 땅이 아니다. 그래서 밴드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합주비 자체도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기획하게 됐다. 저희가 앞장서긴 했지만 게런티 안 받고 공연해주는 팀들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기범)
피아는 오랜만에 음반을 발매한 만큼 음악방송에도 출연하며 여름에 열리는 페스티벌에도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오는 7월4일에는 단독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ABBD’같은 밴드 문화 확립을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이러한 왕성한 활동이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15년을 함께한 피아의 앞으로의 15년이 더욱 궁금해졌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