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2015년 상반기, 한국 영화는 그야 말로 외화의 기세에 맥을 추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지난해 12월17일 개봉해 올해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국제시장’의 흥행이 국내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가 했지만, 그 이후 외국영화의 흥행작들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급격하게 점유율을 내주고 말았다.
1월 전체극장 관객수 2248만 명 중 관객 점유율은 한국영화 62.4%, 외국영화 37.6%를 기록하며 한국영화가 우위를 점했다. 1월 한국영화 ‘국제시장’이 흥행하면서 한국영화 관객 수와 매출액은 각각 1402만 명, 11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만 명, 11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외국영화의 경우, 흥행작 부재로 관객 수와 매출액은 각각 846만 명, 6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만 명, 88억 원 감소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은 1월 한 달에만 721만 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 3’는 186만 명으로 2위에 올랐다. ‘오늘의 연애’가 176만 명으로 3위를, ‘강남 1970’은 161만 명으로 4위에 올랐으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151만 명으로 5위를 기록했다. 흥행 상위 10위에는 한국영화 6편과 미국영화 4편으로 한국영화가 우세했다.
‘국제시장’이 막바지에 이르자 한국영화의 우세는 금세 기울었다. 2월 전체 관객수 1667만 명 중 한국영화가 48.3%, 외국영화가 51.7%를 기록하며 외국영화에게 우위를 빼앗겼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가 전체 흥행 1위에 오르면서 면은 세웠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이 관객수 358만 명을 동원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가 관객수 314만 명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쎄시봉’은 관객 수 168만 명을 동원하며 3위, ‘국제시장’은 관객수 163만 명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흥행 상위 10위에는 한국영화 4편과 미국영화 4편, 영국영화와 일본영화가 각각 1편 씩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월11일 개봉해 엄청난 입소문으로 뒷심을 발휘한 ‘킹스맨’ 탓에 외화와 방화의 편차가 크게 벌어졌다. 3월 전체 관객수 1132만 명 중 한국영화는 34.4%, 외국영화는 65.6%의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3월에는 관객수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한 영화가 5편이었던 반면, 2015년 3월은 ‘킹스맨’ 등 3편만이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관객수 감소를 초래했다.
↑ 2015년 4월(위), 5월 전체 흥행작 상위 10위 / 사진=영진위 |
4월과 5월은 한국영화에 더없이 가혹한 시기였다. 4월 전체 관객수 1273만 명 중 74.4%, 5월의 전체 관객수 1767만 명 중 68.5%가 외화에게 돌아갔다. 이유는 마블의 히어로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등장 때문이다. ‘어벤져스2’는 개봉 당일 예매율 96%를 넘어서면서 돌풍을 예고했고, 개봉 이후 빠른 속도로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어벤져스2’는 개봉 25일 만인 지난달 17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외화 최단기간 기록을 세웠다. 영화는 종전 역대 외화 최단기간 1000만 돌파 기록이었던 ‘아바타’(39일)의 기록을 무려 14일을 앞당겼으며 역대 외화 2위 ‘겨울왕국’(46일), 3위 ‘인터스텔라’(50일)의 기록을 가뿐히 누른 수치다. 역대 2위 작품 ‘국제시장’(27일)과 ‘7번방의 선물’(32일) ‘광해: 왕이 된 남자’(38일)보다 빠른 기록이다.
‘어벤져스2’ 뿐만 아니라 ‘분노의 질주: 더 세븐’ ‘킹스맨’ ‘위플래쉬’ 등 외화의 강세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한국 영화는 좀처럼 활기를 찾을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악의 연대기’의 개봉으로 빛을 보는 듯 했지만 이조차도 4일로 끝나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게 자리를 내줬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주지훈, 김강우 주연의 ‘간신’ 역시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지만, 고작 하루에 그쳤다.
더해 외화인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가 개봉하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파이’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영화는 더더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어벤져스2’부터 시작된 외화의 박스오피스 점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쥬라기 월드’가 개봉 당일 무려 82.9%라는 예매율을 보이며 ‘어벤져스2’의 정상 독주를 고스란히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18일 개봉을 앞둔 김윤석, 유해진 주연의 영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와 박보영, 엄지원 주연의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특히 ‘극비수사’는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과 유해진, 그리고 곽경택 감독이 호흡을 맞추면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5년 상반기 막바지, 한국 영화가 기를 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