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계상은 외모가 독(?)인 케이스다. 샘을 내서인지, 작품 운이 없어서인지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 오래전부터 연기하고 있는데 아이돌 출신의 꼬리표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발레복을 입었고(‘발레교습소’, 2004), 여자를 상대하는 호스트로 변신했으며(‘비스티 보이즈’, 2008), 에로영화 감독이 되는(‘레드카펫’, 2014) 등 다양한 역할로 여러 영화에 출연했다. 도전 정신을 인정할 만하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은 또 다른 도전이다. 2009년 용산 철거민 진압 사건으로 사망한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에 출연했다. 사회적 이슈가 일었던 사건을 다룬 영화니, 안 좋은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윤계상에게는 작품 제의도 꾸준히 들어오니 굳이 응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
하지만 치기 어린 도전은 아니다. 사회를 향한 관심은 진심이었다. 18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 ‘소수의견’ 시사회 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윤계상은 “관심 있던 주제들이 시나리오로 다가왔을 때 작품을 택하는 것 같다. ‘소수의견’은 사건 전개와 내용이 말이 안 되면서도 아이러니했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린 것인가를 떠나서 이 사건이 대중에게 다가갔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민했고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용산참사와 관련해 “나도 사실 국민으로서 당연히 그런 문제들에 관해서 관심이 있다. 소수가 피해를 당하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다. 사실 영화는 가짜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만약 이런 일이 있었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그들의 입장일 때 어떤 마음일까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배우로써 이게 맞는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투자와 배급 등 문제가 잇따랐지만 윤계상은 오랜 기간을 기다렸고 관객을 만날 준비를 끝냈다.
물론 이번에도 흥행은 관객의 몫이니 결과를 알 순 없다. 하지만 응원을 보낼 이들이 꽤 많지 않을까. 윤계상은 지난 2011년 개봉한 순제작비 2억 원이 든 저예산 영화 ‘풍산개’로도 나름의 성과를 낸 바 있다.
‘소수의견’은 강제 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 이야기를 담았다. 윤계상이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변호사 윤진원을, 김옥빈이 타고난 감과 끈질긴 근성을 가진 열혈 기자 공수경을 연기했다. 유해진이 윤계상의 동료 변호사, 이경영이 아들을 잃은 철거민, 권해효가 이 사건의 판사, 이의성이 검사 역할로 나온다.
영화는 극 전개와 구성의 틀을 깨고 나름 세련미를 뽐낸다. 법률 용어가 복잡하고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어렵기만 한 건 아니다. 어려운 법률 용어 사이에도 웃음을 넣은 김 감독의 능력과 이를 맞춰낸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소수의견’의 마지막은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답게 역시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평결은 판사의 권고적 효력일 뿐이다. 배심원 9명의 의견과 한 명의 의견인 셈인데, 한 명(판사의 의견)의 평결이다. 한 명의 판사가 9명의 배심원의 법 감정을 뒤집어놓는다. 그럴 거면 왜 비전문가 시민들을 법정에 부르고 저 행위를 하고 있나? 한
이 영화의 제목이 결말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소수의견’인 이유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