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국내 동영상 플랫폼들이 추락한지 오래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곰TV, 판도라TV, 다음TV팟 등 토종 플랫폼들이 1위를 놔두고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였지만 이젠 이들의 시장점유율(페이지뷰 기준)을 모두 합쳐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대체 토종 동영상 플랫폼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일일까.
최근 동영상 채널 유튜브는 의미 있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바로 유튜브 1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에서 동영상 플랫폼 1위에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하며 지난 시간을 되짚었던 것이다. 시장 점유율(페이지뷰 기준) 2%에 지나지 않았던 유튜브가 현재 80%대까지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최강 플랫폼임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국내 동영상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추락했기 때문에 일궈낼 수 있는 성과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시장점유율 42%로 1위를 달리던 판도라TV는 4%대로 하락했고, 다음TV팟은 34%에서 8%대로 뚝 떨어졌다.
↑ 사진=판도라TV, 다음TV팟, 곰TV 제공 |
이런 현상은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된 2009년 4월을 기점으로 토종 동영상 플랫폼들이 인터넷 실명제를 준수한 반면, 외국에 기반을 둔 유튜브는 비실명 가입을 허용해 토종 플랫폼 이탈 회원들은 모두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게 유 의원의 분석이다.
2009년 7월 말 시행된 저작권법 삼진아웃제는 토종 기업들의 불난 마음에 부채질까지 했다. 저작권 삼진아웃제란 노래, 사진, 동영상 등 불법복제물을 전송하는 사람이나 이를 방조하는 게시판 (동영상 사이트 등)에 세 번까지 경고를 내린 뒤에도 불법이 계속되면 최장 6개월까지 계정정지, 게시판 중지 등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정 저작권법 133조2항)인데, 저작권법 으름장에 국내 많은 누리꾼들이 토종 플랫폼을 등지고 유튜브로 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졌지만 그사이 유튜브와 토종 기업들 간의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벌어졌다. 악플러를 잡겠다고 만든 법안이 엉뚱하게도 IT업계의 발목을 잡고만 셈이다.
다행히도 최근 토종 동영상 플랫폼들이 재기의 뜻을 다지고 있다. 판도라 TV는 소셜 비디오 광고 서비스를 론칭하며 SNS를 통한 확산을 노리고 있고, 네이버TV캐스트는 웹드라마 제작 등 동영상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며 토종 동영상 플랫폼 사이 새로운 패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것도 이들에게 호재가 되고 있다. 토종 기업들이 유튜브를 향한 반격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