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소녀에서 여인이 됐다는 것이 이만큼 매력적일까. 최근 미니앨범 ‘리퀴드’(LIQUID)를 발표한 장재인은 그가 처음 대중들에게 존재를 내비친 Mnet ‘슈퍼스타K2’(이하 ‘슈스케2’) 속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만큼 과감하고 성숙해졌다.
3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 그 인사를 가장 먼저 하는 앨범 재킷은 파격적이다. 수줍어하던 소녀는 어디가고 과감하게 상반신을 노출한 여인이 카메라를 향해 매혹적인 눈빛을 발산하고 있다.
“낯을 가리고 아직도 수줍음 많은 성격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과감하다. 노출이라고 하기엔 많이 가렸다. 사진 컷들을 보고 앨범 흐름과 잘 맞을 것 같아고 생각해서 앨범 재킷에 담았다. 라디오에 많이 나가고 있는데 CD를 돌릴 때바다 극과 극 반응이 나온다.”
↑ 사진=미스틱제공 |
가장 먼저 놀라게 한 것이 앨범 재킷이라면 그 다음은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의 가사를 모두 장재인이 썼다는 사실이다. 타이틀곡 ‘밥을 먹어요’를 비롯해 ‘나의 위성’ ‘그댄 너무 알기 쉬운 남자야’ ‘클라이막스’ 등은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관계의 흐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사랑인 것 같다. 감정의 흐름에 맞기는 게 좋은 자세고 옮겨갈 수 있는 게 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앨범명도 ‘리퀴드’가 됐다.”
특히 ‘밥을 먹어요’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후 감정을 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사다. 솔직하면서 대담하고 ‘밥을 먹어요’라는 가사가 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같은 반응에 장재인은 “다들 그렇게 응큼하신지”라며 웃음을 지었다.
“많은 분들이 해석하시는 것이 맞다. 요즘 그런 남녀 관계가 많은 것 같다. 그걸 다른 이야기로 담아내고 싶었다. 남녀 이야기지만 뭔가 색다르게 여자가 먼저 배려 가득한 말로 제안하는 거다. 날 원하지 않으면 그대로 안녕해도 괜찮다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장재인은 이번 앨범에선 본인이 작곡한 곡을 싣지 않았다. 미스틱으로 소속사를 옮긴 장재인은 윤종신을 비롯해 조정치, 정석원, 조규찬 등 많은 선배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대신 모든 곡의 가사는 본인이 직접 쓰고 공을 들였다.
“윤종신 피디님이 날선 감각. 엣지를 잊지 말라고 하더라. 가사 쓸 때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냥 흘려서 읽는 것이 아니라 ‘이것 봐라’라는 생각이 드는 가사를 쓰라고 했다. 편안한 가사를 저도 써보긴 했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을 안 했다. 한번 꼬는 게 좋다. 그 때 희열이 온다. 그걸 알아채는 사람이 있으면 극대의 희열이 나온다.”
소속사를 옮긴 후 첫 행보다. 그것도 3년만에 나온 앨범이니 부담감도 컸다. 그래도 미스틱에 온 것에 장재인은 굉장히 만족감을 표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윤종신이다.
그 사이 장재인에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희귀병인 근긴장이상증이다. 디테일한 근육을 쓰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장재인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던 기타를 놓았다.
“전 정말 아무생각이 없었다. 기타를 놓게 되니까 보컬과 가사에 집중이 되더라. 다만 제 몸으로 이 병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힘들었다. 당시 나이가 23살이었는데 시간도 길어지고 어려웠다. 지금 병이 찾아왔다면 더 빨리 받아들였을 것.”
투병으로 인해 장재인은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스스로 끊어냈다. 그럼에도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은 프로페셔널한 자세였다. 생각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이지만 일할 때만큼은 똑부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장재인이라는 사람을 잘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다. 이제 5~6년차인데 아마추어 같은 모습은 보여주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일할 땐 더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다. 천성이 낯도 많이 가리고 수줍음도 남아있다. 근데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거니까 그만큼 책임감이 있다. 이 직업은 절대 혼자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내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하게 됐고 건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장재인이 이번 앨범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장재인이 이만큼 성장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앨범 발매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리퀴드’ 안에 소녀 장재인은 없다. 외모, 음악, 감정, 마인드까지 솔직하고 성숙한 여인 장재인만이 남았다.
“시간이 지나도 지키고 싶은 것은 저만의 감정 표현 방식이다. 제일 좋은 것은 듣기만 해도 ‘장재인 노래네’라고 느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제 목소리를 잘 살려준 ‘슈스케2’에 감사하다. 앞으로 사람으로 순수함과 진솔함을 잃지 않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