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언제부터인가 안방극장에서 로맨틱 코미디(로코물)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나마 올 상반기 방영된 것만 해도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tvN ‘구여친클럽’ ‘호구의 사랑’ ‘슈퍼대디 열’ KBS2 ‘복면검사’ 등 여러 편이 있었지만 흥행 성적은 시원치 않다.
그런 와중에 흥행 청신호를 켠 작품이 있다. SBS 새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이 하지원의 명연기에 힘입어 로코물 마니아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 27~28일 방송분에서는 ‘그냥’ 친구인 남녀사이를 알콩달콩하게 풀어나가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그 한가운데엔 하지원이 있었다.
하지원은 이 작품에서 구두 회사 마케팅 팀장이자 서른네 살 미혼인 오하나로 변신했다. 오하나는 극 중 늘 지기만 하는 연애에 좌절하면서도 친구 최원(이진욱 분) 앞에서만큼은 센 척하는 전형적인 ‘옆집 언니’ 캐릭터다. 새침하고 도도해 보여도 가끔은 ‘허당’ 짓으로 웃음을 유발하며 극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붙잡는 연애 스타일도 현실적이다.
↑ 사진=MBN스타 DB |
애초 이 역에 하지원이 출연을 확정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전작 MBC ‘기황후’에서 보여준 강한 이미지 때문에 로코물 특유의 발랄하고 귀여운 여주인공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미지수였기 때문. 물론 히트작 SBS ‘시크릿가든’에서 로코물에도 잘 적응하는 면모를 보였지만, 당시 맡은 길라임 역 역시 스턴트우먼으로 강렬하게 그려졌던 터라 유쾌하고 여성미 넘치는 오하나를 어떻게 터치해나갈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하지원은 마치 모든 걸 ‘리셋’이라도 한 듯 ‘헛똑똑이’ 오하나로 완벽하게 빙의했다. 조금 느릿한 말투와 백치미 가득한 미소, 건어물녀를 버금가는 설정 등으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흔녀’ 언니가 되어 돌아왔다. 17년간 자신을 지켜온 ‘남사친(남자사람친구)’ 최원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둔한 면모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전작처럼 또박또박 발음을 살리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한 점도 캐릭터 재현의 묘수였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이진욱과 ‘케미(케미스트리 준말)’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실제 4살 차이가 나지만 누가 봐도 동갑이라고 믿을 정도로 알콩달콩한 호흡이 눈에 띄었다. 또한 교복을 입고 나오는 고등학생 연기도 이진욱과 함께라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때 편성만 되면 터졌던 로코물. 지금은 침체를 겪고 있다지만 ‘흔녀’로 돌아온 하지원이 새로운 반등을 기대케 했다. 여기에 원작에서 입증된 탄탄한 극 전개와 조수원 PD의 연출력, 이진욱, 윤균상, 추수현, 이주승 등의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너를 사랑한 시간’이 로코물 부활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