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돈나’ 해림 役
“신선함이 있는 영화가 좋아요”
“신예 권소현과 신수원 감독 호흡, 부럽고 샘났죠”
“배우라는 직업, 참 잘한 선택 같아요”
배우 서영희(36)는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로 올해 칸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지난 2010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이어 두 번째다. 또 무겁고 어두운 영화다. ‘궁녀’(2007)와 ‘추격자’(2008) 등 계속해서 밝지만은 않은 영화로 각인된다. 아름다운 얼굴의 여배우인데 대중에게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로 인식되거나 평가되는 건, 그리 기분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서영희는 “왜요?”라고 반문했다. “저는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이왕이면 두 시간이 제게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작품을 찾죠. 어둡다는 인식이나 평가가 불만스럽지 않아요. 그래도 저라는 사람을 기억해줄 때, 뭔가 대표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어둡다는 것도 좋은 의미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미지로 바꾸면 되는 거니까요. 또 다른 이미지로 바뀌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웃음)”
하긴 이미지를 걱정했다면 선택하지 않을 작품들이 필모그래피에 수두룩하다.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는 여배우다. 저예산 영화에도 많이 참여했다.
“영화는 신선함이 있다면, 배우로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영화의 존재이기도 한 거니까요. 그게 부자 영화든 가난한 영화든 상관없어요. 제 마음에 들면 참여하는 거죠. 당연한 말 아닌가요?(웃음)”
당연히 미나 역할이 더 탐나지 않았을까.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였던 불운한 여인 역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나,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된 여성 역의) ‘추격자’ 같은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미나 역을 탐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해림이 되고 싶었죠. 미나는 기존 역할과 비슷했던 점이 있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해림에 좀 더 욕심이 났어요.”
“자꾸 믿음을 배신당하고 힘겹게 사는 친구가 실제로 있다. 힘겹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그 친구의 사정이 해림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도 해림에게 이끌린 이유이기도 하다. 서영희는 어떤 사연인지 묻자 “그 친구 이야기는 이쯤 하자”며 울먹였다. 아마 해림과 미나의 중간 어디쯤 서영희의 친구 이야기도 포함돼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부럽고 샘이 나기도 했다. “소현 씨가 점점 미나가 되어가고 있더라고요.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했고, 또 영화 연기가 처음인데도 감독님의 배려 덕분인지 상당한 연기를 해내더라고요. 물론 그에 걸맞은 노력이 따랐겠지만요. 둘의 호흡이 부러울 만큼 좋았어요. 왠지 샘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영화가 잘 나왔으니 좋아요.(웃음)”
사실 서영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공부했다. 고3 수능을 보고 진로를 바꾼 케이스다. 미술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평생 직업으로 삼을 자신이 없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인도해 주신 길로 가다 보니 이렇게 흘러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연기에 대해 고민한 시절도 있지만 촬영장에 가면 재미있고 행복해요. 사람들 만나는 게 좋고, ‘천직이구나. 직업 참 잘 선택했구나!’라는 생각을 요즘 하죠.”
서영희에게 두 번의 칸 방문은 뭔가 변화를 줬을까.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