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관용적인 표현인 입술을 깨물다, 밴드 이름으로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문구지만 입술을 깨물다의 음악과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나타내는 이 표현처럼 입술을 깨물다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첫 EP인 ‘1’과 그린플러그드 옴니버스 음반 ‘숨’에 삽입됐던 곡들의 느낌이 다른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가장 최근 발매한 곡인 ‘루나’(LUNA)는 이전 음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현재로서 입술을 깨물다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밴드와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가장 잘 조화된 곡인 것 같다. 가장 마지막에 작업한 곡인데 마스터링 한 것을 듣고 나서 그 동안 밴드를 헛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발매했던 곡들을 많이 들으면 창피하다. ‘루나’가 가장 완성도가 높다.”(연제홍)
↑ 사진=입술을 깨물다 제공 |
멤버들의 말처럼 ‘루나’에서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강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작년부터 함께 해 온 로랑 덕분이다. 기존에 키보드를 담당했던 멤버와는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멤버들의 설명이다.
“로랑이 가진 색이 있다. 신디사이저를 잘 사용하고 밴드로도 그 장점을 잘 버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멤버들과도 케미(케미스트리)가 잘 맞는다. 작업 속도도 빠르고 화려하게 색을 잘 드러낸다. 라이브 퍼포먼스에도 최적화 되어가고 있다.”(최기선)
“입술을 깨물다를 하면서 밴드 음악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는데 밴드 음악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들었을 때 더 와 닿는 매력이 있다. 음악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로랑)
2012년까진 6인조로 활동을 해왔던 입술을 깨물다는 이후 멤버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현재 5인조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대학교 밴드 동아리로 음악을 시작을 한 연제홍, 문현호, 최기선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기 때문에 그 안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기타를 치는 최기선은 아무도 모르게 3개월간 팀을 이탈하기도 했고 학교를 졸업하고 음악을 시작하면서 본격 팀을 결성할 수 있었다.
“3개월 정도 팀을 나갔다 돌아왔는데 아무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웃음) 밴드 활동에 염증을 느꼈었던 것 같다. 당시 대학을 졸업할 때였는데 취업 준비와 맞물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근데 해왔던 게 있으니까 다시 돌아오고 싶더라. 그만둔 당시에 그린플러그드에서 공연하는 멤버들을 관객 속에서 봤는데 내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웃음)”(최기선)
스쿨밴드로 시작을 해서 본격 프로 밴드가 된 지는 5~6년이 됐다. 졸업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활동을 했기 때문에 뒤늦은 감이 있었다. 결단력이 부족했다는 게 멤버들이 꼽은 이유였다.
“학교 다니면서 음악은 하고 싶은데 두렵기도 하고 방황만 하다가 졸업을 앞두고 나서 결정적으로 서로 자극을 주게 됐다. 그래서 하게 됐다. 군대 갔다 오는 시간도 서로 엇갈리면서 날린 시간이 많았다. 마음을 있었는데 서로 망설이고 있었던 것 같다.”(문현호)
그런 입술을 깨물다가 대중들에게 좀 더 알려지게 된 계기는 페스티벌인 그린플러그드다. 그린플러그드가 선정하는 신인으로 2011년 꼽히게 되면서 레이블인 그린버드에 소속됐고 옴니버스 앨범인 ‘숨’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13년에 발매된 앨범에 입술을 깨물다의 ‘같은 호흡’이 타이틀로 실리면서 관심을 모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애착이 가는 곡인데 제가 작사, 작곡을 한 곡이다. ‘숨’ 앨범에 타이틀로 실리면서 전 EP와는 다른 음악인 ‘너=봄’이나 ‘달래’ 같은 곡들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후반에 코러스가 도드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제 목소리가 들려서 더 애착이 간다.”(이상)
“그 동안 변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리스너들이 저희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 잘하는 음악이 점점 구체화 되고 있는 것 같다. 첫 EP는 조급함에 기획력 없이 냈었다. 음악적인 다채로움 보다는 밴드의 정체성을 담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입술을 깨물다의 음악은 즐거운데 가볍지 않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하나씩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셨으면 한다.”(연제홍)
아쉽게도 꽤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깨물다의 정규 앨범은 아직이다. 전체적인 그림이 맞춰줬을 때 발매하겠다는 게 멤버들의 욕심이다. 그렇지만 어떤 작업이든 열린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OST나 BGM부터 아이유와의 콜라보레이션까지 하고 싶은 작업들도 상당하다. 그 동안 이러한 다양한 시도 끝에 점차 밴드색을 넓혀간 입술을 깨물다였기 때문에 그 결과물 중 하나일 정규 앨범이 더욱 기대된다.
“저희는 다양한 작업에 열려있다. 어떤 테마가 주어지고 음악을 뽑아냈을 때 최적화 된 기량을 뽐내왔다. 그게 저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최기선)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