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받은 배우 이병헌의 ‘재기’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이하 터미네이터)가 흥행 중이기 때문이다. 2029년 존 코너(제이슨 클라크)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과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 그리고 2017년의 현재 전쟁을 동시에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는 벌써 160만여 명(7일 영진위 기준)이 봤다.
물론 극 중 이병헌의 비중은 작다. 그는 액체 로봇 T-1000으로 극 초반 10분가량 등장할 뿐이다. 시리즈를 향한 기대감과 오랜만에 돌아온 ‘터미네이터’를 향한 향수가 흥행에 이바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이병헌의 ‘터미네이터’는 개봉과 관련해 영화인들을 설왕설래하게 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알다시피 글램 출신 다희 등 2명으로부터 ‘50억 협박’을 받은 사실과 그 이유가 논란이 돼 ‘터미네이터’를 비롯해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 등 이병헌이 출연한 작품들이 제대로 평가받을지 우려가 컸다. 투자배급사들은 자사 기대작들의 개봉 지연 소식을 계속 알릴 뿐이었다.
결국 ‘협녀’를 투자 배급한 롯데엔터 측이 ‘터미네이터’의 국내 배급을 맡았고, 현재 결과는 나쁘지 않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에밀리아 클라크의 내한 효과도 작용했을 테지만, ‘이병헌 악재’는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병헌은 이 기세를 몰아 8월 개봉하는 ‘협녀’까지 연이어 관객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혹자는 ‘협녀’로 ‘심판의 칼’을 휘두르겠다고 하지만, 다른 이는 사생활과 연기를 별개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아내인 이민정조차 가만히 있는데 달리 보지 말자는 얘기다.
앞서 ‘협녀’가 개봉을 확정하기 전, 롯데 내부에서 제목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협녀’가 ‘협박녀’를 떠올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병헌 사건을 다 알고 있으니 그 점이 큰 우려는 아니라며 정면 돌파가 낫다는 견해가 많았고, 개봉과 관련해 제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아직 ‘협녀’가 평단과 관객의 평가를 받지 않아 결과를 예측할 순 없겠지만 ‘터미네이터’만으로 본 대중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협녀’ 또한 만듦새가 괜찮고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킨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얻지 않을까.
이병헌에게는 평생 따라 다닐 꼬리표가 생겼지만 만회할 방법은 역시 연기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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