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귀향’이 개봉 난항을 겪고 있다. 예상대로다. 이 영화는 광복절인 8월 15일 시사회를 열고 개봉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투자·배급사를 구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개봉일이 무기한 연기됐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분위기는 고조되지만, 정작 이 영화를 선뜻 맡겠다는 곳이 없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이기도 하고, 일본 시장에서의 향후 영업을 고려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영화의 탄생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정래 감독(42)은 13년간 시나리오를 다듬기만 했다. 돈이 없으니 영화를 만들고 싶어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 모금을 통해 가까스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지난해 말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캐스팅 단계에서 일본 배우들이 갑자기 출연을 거절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동참했다.
일본에 사는 교포 배우들은 항공료를 자신이 부담해가면서 촬영에 참여했다. 주인공을 맡은 연극배우 손숙 역시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영화를 다 만들고 보니 반기는 곳이 없다. 속된 말로 아무도 총대를 메고 싶어하지 않는다. 감독은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주목하면 자연스레 국내 개봉의 길도 열릴 것이라 믿는다.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정래 감독은 최근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를 적극 알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파크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반드시 상영되도록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십시일반 제작비를 보태준 그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4만여명의 국민이 낸 6억원의 성금으로 2주 전에 기적적으로 촬영은 마쳤다”고 밝히며 머리를 숙였다.
감독은 “위안부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세상에 드러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비록 영화이지만 할머니들을 고향으로 모시고 싶었다. ‘귀향’은 그런 마음이 담긴 제목이다”고 소개했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7) 할머니가
관계자는 “오는 8월 15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모시고 그때까지 완성된 영화를 우선 상영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