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주말드라마 ‘심야식당’이 그룹 위너 남태현의 연기력 논란으로 혹독한 한 주를 보낸 뒤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비난의 핵은 몇 컷 나오지 않았지만, 아쉬운 점은 속속 눈에 띄었다. 인간미 넘치는 얘기를 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어깨에 잔뜩 힘을 실은 게 문제였다.
11일 오후 방송된 ‘심야식당’에서는 국수 시스터즈의 연애담과 싱글대디 영식(지진희 분)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잔치(반민정 분)와 열무(손화령 분), 비빔(장희정 분) 등 국수 삼총사는 심야식당에 물건을 납품하러 온 첫사랑 재희(강두 분)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그 중 열무는 재희에게 급하게 고백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고, 이후 잔치가 ‘사실 내가 재희와 사귄다’고 고백하자 김 샌 표정을 지었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그러나 복병은 따로 있었다. 잔치의 고백에 비빔이 ‘재희가 원래는 내게 고백했다가 차였다. 그래서 너에게 간 것’이라고 폭로한 것. 이들의 우정은 남자 하나에 금이 갔지만, 이내 재희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받고 다시 봉합됐다.
영식의 사연은 국수 시스터즈보다도 조금 더 찡했다. 야간업소에서 마술사로 일하며 홀로 어린 딸 샛별(강지우 분)을 키우던 영식은 공연에 사용하던 비둘기가 죽자 어쩔 수 없이 딸을 무대 위에 세웠다. 무대 반응은 좋았지만 취객들이 즐비한 무대라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한 취객이 난동을 피우며 시간을 지체하자 마술쇼 도중 밀폐된 공간에 있던 샛별이 실신해버린 것.
영식은 딸을 안고 오열했고 자신의 무능력을 한탄했다. 하지만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SNS를 통해 무섭게 퍼져나갔고, 이를 본 방송국에서 영식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그동안 비루했던 삶에 반전의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심야식당’은 이처럼 현실밀착형 사연들을 다루며 시청자에게 한발자국 더 다가서고자 했다. 그러나 30분이라는 시간 제약 때문인지 극 전개가 ‘수박겉핥기’ 식으로 진행됐고, 배우들은 뭐라도 하나 더 보여주겠다는 듯 연극처럼 과장된 연기를 펼쳤다.
대사 역시 ‘올드’한 느낌이 묻어나 가끔 몰입도를 해치는 경우도 있었다. 과장된 연기와 멋부린 대사가 어우러지니 에피소드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다. 원작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어깨에 힘을 잔뜩 넣은 모양새였다.
국내 정서에 맞춰 휴머니즘 가득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뜻은 언제쯤 실현될까. 아직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한 ‘심야식당’에겐 조금만 힘을 빼고 욕심을 버리는 게 급선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