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 18일 만에 한국 영화 올해 첫 400만 관객을 돌파해 누적관객수 1위를 차지했다. ‘연평해전’은 2002년 6월 월드컵 함성으로 가득했던 월드컵 경기 날,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과 그들의 가족, 연인, 동료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리얼하게 담아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연평해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나, 연출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당시의 긴박함과 절실함을 리얼하게 표현한 신점희 미술감독의 손길이었다. 거대한 선체 밖에서부터 협소한 선체 안의 모습, 질감과 색감 등, 신 감독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게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면 한 장면 심혈을 기울였다.
““리얼리즘에 있어서, 원천기술 보유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 사진=NEW |
신 감독은 ‘집으로’ 밀양‘ 등 20편의 작품에서 미술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 감독은 선작 기준에 “타이밍이다. 받은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글보다 그림을 읽고 쓰는 게 더 편하다. 서양화 전공하면서 빌 바이올라에게 홀렸다가 차츰 서사가 있는 영화 쪽으로 이동했다. 처음 ‘박하사탕’을 작업 하면서 프리작업 중에 콘셉트드로잉으로 장면별 영호를 그렸는데, 캐스팅된 설경구는 그림 속 인물과 자신이 똑같이 생겨서 깜작 놀라기도 했다. 감독님이 그 그림들을 좋아해주셨고, 그게 너무 즐거워서 신나게 일했다“
신 감독은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미술감독들이 작업이 좋다고 해줄 때, 같이 고민한 조수들이 결과를 만족해할 때 자신 또한 미술감독으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또 “난 체력이 좋은 편이라 잘 지치지 않는 편”이라며 “리얼리즘에 있어서, 원천기술 보유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며 “사실 난 리얼리스트는 아니지만, 뛰어난 대가 감독님들과 리얼한 시각을 반영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자신의 개성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평해전’ 조타키, 원래 것보다 두 배 크게 만든 이유는
최근 작업한 ‘연평해전’에서 ‘리얼함’을 살릴 수 있었던 것도, 신 감독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리얼한 시각을 담아내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속 30분 전투장면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고 리얼해서 안타까움을 넘어, 마음속에 앙금을 키울 만큼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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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전투장면의 사실적 묘사를 위해 인양함을 조사하면서 피탄의 위치,관통 방향, 피해정도를 세세히 살펴가며 양상을 상상했다. 이상한 것은 함정 밖에서 공격했는데 내부에서 외부로 뚫고나간 손상이 너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온갖 자료를 뒤져보다가 85mm, 37mm 포탄은 첨두 충격식 지연 신관이라는 자료를 봤는데, 목표물에 충격 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것”이라며 “상상한 것보다 파편으로 인한 피해가 끔찍했겠다 싶었다. 큰 탄알이 뚫고 들어와서 터지는 것을 볼 때까지의 짧은 시간이 대원들에게 너무나 공포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실감나는 피탄 효과는 일정으로 인해 하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신 감독은 ‘연평해전’의 실화를 듣고 강조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인양당시 357호정은 바다 속에 똑바로 서 있었다고 한다. 배는 가라앉으면서 눕는 게 일반적인데 누군가 키를 잡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 얘기 들으면서 소름끼치는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하사(진구 분)를 인양해 온 SSU대원 송 중사는 한하사의 친구였다고 한다. 키를 꽉 잡은 손을 놓지 않던 한 하사는 송 중사가 ‘상국아, 이제 그만 집에 가자’하며 우니까 손이 스르륵 풀렸다고 한다. 그 감동을 살리기 위해 아예 조타키에 손을 묶는 걸로 정하고, 방탄복 조끼의 끈을 길게 만들고, 조타키는 원래 것보다 두 배 크게 만들었다”
신 감독은 “보통의, 평범한 우리는 누구나 그런 숭고함을 품은 지도 모르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연평해전’은 2002년 당시를 담는다. 신 감독은 “2002년을 상징하는 월드컵이라는 이벤트를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붉은 악마의 주목성, 온 국민의 페이스 페인팅, 승리 이벤트 등을 공간에 맞게 적용했다”고 시대상을 나타내기 위해 주력한 부분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선체가 바다에 떠 있는 장면부터, 대원들의 일상이 담긴 선체 내부 모습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신 감독은 촬영 컷을 나누어 보기 좋게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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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제로 군함을 재현하기 위해 자료조사도 필수였다. 그는 “참수리는 2함대에 인양된 고속정이 전시되어 있어서 피탄 위치까지 섬세하게 실측이 가능했지만, 북한배는 실루엣 수준에 무장상태의 정보만 있었다”며 “684는 1차 때 대파된 배를 수리하고, 황당하게도 탱크포를 장착해서 기형적 무력 과시가 드러나는 배다. 러시아 타입을 기본으로 SO-1급 함정들을 연구해서 영화의 내용에 맞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해군 대원들, ‘연평해전’ 꽃게 라면 장면처럼 살갑더라”
신 감독은 “해군 지원함정 대원들이 몰래 야식도 사주고, 전투식량도 챙겨줬다. 실제 꽃게 라면 신 처럼 살갑게 해주더라. 우리 고생한다고 세트까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응원 왔던데, 그 귀여운 ‘누가바’는 잊지 못할 만큼 찡했다“고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그는 또, “최근 ‘매드맥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미술적으로 좋게 봤는데, 앞으로는 ‘솔라리스’(타르코프스키)나 ‘칠드런 오브 맨’처럼 극도로 사실적인 SF를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내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높였다.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김진선 기자, 김성현 기자, 최윤나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