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미디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Mnet '쇼미더머니 시즌4'(이하 '쇼미더머니4')다.
회를 거듭할 수록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아지고 있다. 엠넷의 대대적 지원 하에 시작된 '쇼미더머니4' 측은 '시즌 사상 가장 잔인하고 험난한 오디션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터다.
하지만 이제 겨우 3번의 뚜껑을 연 이 프로그램은 평단과 대중 모두가 '시즌 사상 가장 불편하고 저열한 오디션'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단 블랙넛과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제대로 한 몫했다.
블랙넛은 '일베(일간 베스트)' 활동 경력을 의심받고 있다. 같은 레이블 선배 래퍼 스윙스가 '친히' 인증까지 해준 바 있다.
그의 가사에는 여성의 성기 이름이 수 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강간·살인에 관한 내용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발표한 '하이어 댄 이센스(Higher than E-Sens)'에서는 여성 래퍼 윤미래를 향한 난데없는 성희롱으로 또 한 번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이 프로그램 내에서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제작진이 분명 그가 일베 논란과 여성 혐오 메시지를 지속해왔음을 알고도 가장 큰 비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한 우승 후보 '위너' 송민호는 'MINO 딸래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 가사로 심사위원들의 극찬까지 받으며 가볍게 예선을 통과했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도 없고 재미도 없고 명분도 없는 송민호의 랩에 심사위원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것이 심사위원 개인의 의견이자 프로그램 내에서 주어진 그들 역할이라고 애써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심사위원들은 만약 자신의 딸을 두고 그들이 그런 표현을 한다면 그 앞에서 박수를 치고 웃을 수 있을까?
물론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힙합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감싸기도 한다.
여기서 굳이 힙합의 뿌리와 의미를 찾을 필요도 없다. 최근 우리 가까이서 일어난 '사건'들만 봐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김구라는 무명 시절 진행했던 라디오에서 '위안부 발언'으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다. 장동민도 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과하고 또 사과했지만, 결국 그가 가진 많은 인기 기반을 잃고 말았다.
'인터넷 라디오는, '일베'는, 이 나라는 등 모든 것이 '원래 그래'라는 이유로 허용된다면, 이 사회의 선과 질서는 어디에서 찾아야하는가. 필자가 친한 친구의 뺨을 이유도 없이 때리고는 '난 원래 그렇잖아'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서로 용납될 수 있는 부분인가.
'쇼미더머니'는 힙합의 '디스'라는 일부분 특징을 극단적으로 확대·중계하면서 말초적 신경을 자극시키는 '힙합 포르노'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회적 상식과 윤리적 정서를 파괴하면서까지 이슈 만들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국내 힙합신은 그동안 드렁큰 타이거·윤미래를 시작으로 다이나믹 듀오·리쌍에 이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했다. 시대상과 자아, 사랑에 관해 진지한 시선을 던졌다. 잘못된 권력이나 비겁한 강자를 서슴없이 비판하면서 힙합의 황금기를 이끌어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힙합의 빛나는 역사는 까맣게 모른 채, 단 몇 개월짜리 '쇼미더머니4'가 힙합의 모든 것인냥 여길 10대 시청자들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지금의 '쇼미더머니4'는 시청률이라는 '신'을 숭배하기 위해 '이슈'만 빼고 다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미더머니'는 '원래' 시청률만 잘 나와서 광고를 잘 팔면 되는 프로그램인 듯 싶다. 그들이 주장하는 '한국 힙합의 대중화에 '쇼미더머니'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이 와중에 유감스럽게도 블랙넛은 여성 혐오와 '일베' 이미지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소녀 팬들을 유혹해야할 '위너'의 송민호는 이미 누리꾼들로부터 (여자의 몸이 아닌 알에서 깨어난 존재라는 의미인) '송혁거세'라는 별명을 얻었다.
앞으로도 논란이 예정된(?) 많은 출연자는 결국 자신이 '힙합 포르노'의 한 배역이었음을 씁쓸히 깨달게 될 것이다. 그
※ 필자 '음악 좀 아는 언니'는 가요·팝·공연 등 장르를 넘나들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터테인먼트업계 종사자다. 가죽 치마를 즐겨입는 그는,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음악 평론가로도 유명하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