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정’이 중반부를 넘어서 극적인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주인공 정명공주를 맡은 배우 이연희에 눈길이 더욱 쏠리고 있다.
‘화정’은 고귀한 신분인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 정명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다. 혼란한 정세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정명의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 광해군과 인조(김재원 분), 명과 후금 권력 교체 시기 등 각종 사건도 정명공주를 중심으로 엮여지고 그려진다.
하지만 정작 ‘화정’에서 주인공인 정명공주가 큰 힘을 보여준 적은 드물었다.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특별출연한 적은 있지만, 사실상 배우 이연희에게 ‘화정’은 첫 사극이었다. 시청자 눈에는 현대극 속 이연희의 모습이 익숙했고, 이연희가 퓨전사극이 아닌 정통사극의 주인공으로 나서니 그 생소함은 더 커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연희가 연기하는 정명공주가 초반부터 극의 중심을 이끈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 사진=화정 방송 캡처 |
게다가 다른 배우들의 라인업이 더욱 이연희의 입지를 좁게 했다. 차승원은 새롭지만 와 닿는 광해의 모습을 완벽하게 묘사해 “광해군을 새로 쓰고 있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의 활약을 보였다. 김창완, 박영규, 장광, 엄효섭, 최종환 등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젊은 배우’인 이연희보다 이들의 카리스마 대결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욱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화정’ 속 이연희는 점점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빛을 발하고 있어 그의 변화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정명공주의 캐릭터가 힘을 얻고, 능양군(훗날 인조, 김재원 분)과의 대립이 절정에 치달으면서 이연희가 나설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특히 정명공주와 능양군의 대립과 저물어가는 세력인 광해를 지키기 위한 정명공주의 고군분투가 극에 활기를 더욱 불어넣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그런 이연희, 그리고 정명공주의 변화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정명공주는 포로들을 돌려받기 위해 후금에 답서를 보내겠다는 광해의 뜻에 대신들이 반기를 들고, 이를 들은 백성들이 화기도감을 쳐들어와 난리를 피우는 장면에서 제대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정명공주는 화기도감의 장인들을 때려눕히는 백성들을 멈추게 하고 이들에게 “광해는 백성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동생을 빼앗은 광해라고 해도 그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하며 “왜 깊은 뜻을 모르고 사욕만 앞세우는 중신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이냐. 나중에 후회를 하면 늦는다”고 호소했다.
↑ 사진=화정 방송 캡처 |
이연희는 이 장면에서 눈물과 차분함, 공주다운 위엄을 잘 녹여내 몰입도를 끌어냈다. 앞서 이연희는 꽤 오랫동안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고, 그런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 장면만큼은 이연희가 정명공주가 보여줘야 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였다는 평이 많았다. 연기자 이연희로서 제대로 임팩트를 남긴 장면이었다.
또한 최근 감정의 골이 깊어진 능양군과의 대결도 눈 여겨볼 만 하다. 김재원은 인조를 전례 없는 ‘얄미운’ 악인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되, 뒤에서 음흉한 계략을 끊임없이 꾸미는 능양군과 순진하리만치 올곧고 청렴한 정명공주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김재원 또한 전작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꽤 오랜 경력을 쌓은 배우이기 때문에 정명공주 캐릭터가 밀리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김재원이 등장한 후, 이연희가 밀리지 않고 균형을 잘 이뤄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방송분에서는 능양군과 정명공주의 대립이 극에 달했는데, 이후 시청자들은 “이연희를 다시 보게 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연희가 진정한 극의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는 징조다.
지난 6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차승원은 그런 이연희에 “역사적으로 기록이 남아있는 광해, 인조, 선조보다 정명공주가 ‘화정’의 주인공이고 여러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제 곧 광해는 퇴장하고, 그동안 카리스마로 드라마를 이끌었던 차승원도 이제 ‘화정’을 떠나게 된다. 그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이연희와 김재원이다. 특히 이연희는 이제야말로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힘을 발휘할 때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