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시사만화가 국내에 뿌리내린 지 벌써 100여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독립, 6.25전쟁, 유신체제, 민주화 운동 등 다사다난한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시사만화는 2015년 지금 사회에선 어떤 기능을 하고 있을까. 전국시사만화협회 천명기 회장에게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다.
Q. 시사만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A. 비판과 풍자다. 소재나 대상범위를 국민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는 권력층위의 행위를 명확히 전제하면서도 비판가 풍자가 빠져버리면 이도저도 아닌 단순삽화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서 정말 어렵고도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이런 시사만화를 그리기 위해선 만화 실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치, 역사, 철학, 문화 등의 카테고리별 폭넓은 지식소양도 필요하고, 제대로 된 가치관과 세계관 또는 역사관을 지녀야 한다. 자신의 시사적 사안이 국민들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누구에게 더 해가 되는지를 짚어내는 시각이 부족하다면,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준의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 사진=본인 제공 |
Q. 최근 들어 바뀐 트렌드가 있나?
A. 형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사만화는 전통적으로 신문지면을 터전으로 해왔기 때문에 1컷이나 4컷으로 정형화됐고, 시사잡지 등에서는 1페이지나 두 페이지 내외의 분량이 일반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는 형식과 분량의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고 웹툰 형식 시사만화도 많이 제작되긴 하지만, 여전히 1컷과 4컷 시사만화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외에도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고, 그만큼 대중적으로 이슈화 되는 사건의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 시사만화가 다루는 소재도 비례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Q. 시사만화가 SNS로 넘어가면서 가벼워지는 경향도 있지 않나.
A. 시사만화가 가볍고 무겁고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지, 작가 시각이나 주제의식이 옅어질 수는 없다. 절대적으로 비판은 무겁고, 풍자는 가벼운데, 이 두 가지 특성이 시사만화의 기능과 가치를 제대로 받치는 한, 가볍다는 것은 표현상의 특성일 뿐 주제의식이 가벼워질리는 없다.
Q. 요즘 웹툰 작가들이 스타 반열에 오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부럽다. 웹툰 작가들이 스타로 떠오르면 인기도 얻고 돈도 벌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도 그 작품은 계속해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원소스멀티유저로서의 텍스트 기능을 하는데, 시사만화는 그 시의성 때문에 사안에 대한 대중적 관심사가 떨어지면 시사만화의 시의성도 그만큼 떨어져 버리니까 부가적 가치재생산을 기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시사만화계 전설인 박재동 선생은 지금의 웬만한 웹툰 작가들에는 비할 수 없는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고, 시사만화가로서 경제와 사회지위적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위상을 보장 받을 수 있었음에도 언론사 논조에 맞서 순수한 시사만화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표를 던져버린 손문상 화백은 후배 시사만화가들의 귀감이기도 하다. 웹툰 작가들이 대중적 작품으로 인기도 얻고 돈도 버는 게 부럽긴 하지만, 시사만화가들은 그 영역에서, 비판과 풍자라는 공공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웹툰작가의 그것을 충분히 상쇄한다고 생각한다.
↑ 사진=전국시사만화협회 제공 |
Q. 지난해 ‘올해의 시사만화상’에서 세월호 사건을 언급한 작품 중심으로 심사한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인가.
A. 세월호 사건은 현재 우리의 맨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총합이었다. 역대 그 어떤 시사적 사안보다 비판과 풍자의 소재를 거의 무한대로 품은 사건이었다. 사건발생의 일차적 책임은 절대적으로 해운사가 져야하겠지만, 사건 발생 후 드러난 우리 국가 재난구조 시스템의 무기력과 무능, 책임회피, 유가족에 대한 태도, 와중에 국민들 편가르기, 메르스 사태로 다시 드러난 이후의 달라짐 없음 등등, 국민들 절대 다수가 국가를 대하는 태도와 개개 삶에 대한 가치관까지 근본적으로 바뀌게 한 사건이었던 만큼 시사만화작가들에겐 세월호 사건을 다른 시사적 사안과 함께 놓고 작품소재의 다양성 운운할 게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국시사만화작가 집행부 전원일치로 심사대상 소재를 세월호에 국한했고, 세월호 사건을 바로보는 우리 국민들 시각과 감정으로 골고루 잡아낸 손문상 화백의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게 됐다.
Q. 그렇다면 시사만화계 혹은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
A. 요즘 신문엔 필수로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던 시사만화란이 신문사 운영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작가들의 지면발표 기회도 줄었고, 만화를 배우거나 인문사회적 소양을 키우는 예비 작가들을 발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인문학의 대중화가 꽃피는 요즘처럼 시사만화 또한 앞으로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니 작가분들 모두 힘내길 바란다.
더불어 삶의 질은 그 나라 국민 수준에 정비례 한다고 했다. 유권자들이 시사만화가들 수준으로만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만 있다면 논문 표절, 군미필, 불법전입신고, 세금탈루, 국민과 국가기만 발언을 일삼는 수준의 정치인을 충분히 가려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앞으로 시사만화 안에 녹아있는 비판과 풍자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