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배우 김수미의 한 마디부터 조영남의 현장 이탈, 김수미의 하차, 촬영 재개까지. 이 모든 게 일주일 간 벌어진 일이다. 끝없는 논란으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KBS2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가 지옥의 일주일을 보내고 서서히 불씨를 죽여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김수미는 지난 13일 오후 진행된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듬성듬성 잘려있는 옆머리를 드러낸 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박명수가 ‘나를 돌아봐’에 합류한다는 기사의 악플을 봤다며 “‘같은 고향이라고 네가 꽂았냐’라는 내용의 댓글을 봤다. 이런 무서운 댓글은 처음 봤다. 댓글을 올린 분이 초등학생인지, 어른인지 모르겠지만, ‘시청률 3% 나와라’ 등의 댓글은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CP하고 통화를 오래했다. 장동민 측에서 왜 안하는지를 입장 표명을 해라. 나는 이렇게는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정말 연예인들이 안티글 때문에 자살하는 심정을 알겠더라.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이런 소리를 들어가며 해야 하나”며 속상해했다.
특히 이날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은 것은 김수미와 조영남이 티격태격하는 말싸움을 하는 모습이었다. 조영남은 “조영남 팀이 분당 시청률이 가장 낮다”는 김수미의 말에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욕적인 말은 처음이다. 오늘부로 자진 사퇴할 것”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현장을 그대로 빠져나가 모두를 당황시켰다.
이 같은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나를 돌아봐’는 또 한 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공식석상에서 하차선언을 했던 조영남의 출연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던 상황에서 조영남은 지난 16일 녹화에 참여, 촬영을 재개했다. 이로써 정규 첫 방송을 앞두고 논란의 불씨를 죽인 듯 했으나 ‘나를 돌아봐’는 또다시 김수미의 하차 통보로 홍역을 앓았다.
김수미는 MBN스타에 “기사가 잘못 나간 부분이 있다. 사실 제작발표회 때 나 혼자 몰래카메라 한 번 해볼까 하다가 조영남 선배가 나가게 됐다. 조영남 선배와 친하고 좋아한다. 너무 친해서 유머스럽게 받아칠 줄 알았다”며 “도저히 부끄러워서 시청자들 앞에 설 용기가 없다. 정신과 치료 받으면서 쉬려고 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도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서 조영남의 돌발 행동과 박명수 합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겹치면서 심적인 부담을 적잖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수미의 합류가 불투명해보였던 상황에서 제작진과 조영남은 긴 설득 끝에 김수미의 마음을 돌렸다. ‘나를 돌아봐’ 제작진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수미와 함께 ‘나를 돌아봐’ 촬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지난 18일 오후에 제작진은 이경규 씨와 함께 김수미를 만나 장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김수미는 조영남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다가 눈물을 흘리며 동료 연기자와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수미는 조영남의 합류 권유와 제작진과의 진심어린 대화 후, 긴 고민 끝에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으로 다시 ‘나를 돌아봐’ 촬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수미의 촬영 합류로 ‘나를 돌아봐’는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지난 일주일간 제작진과 출연진의 행동은 ‘나를 돌아봐’가 갖고 있는 내가 했던 행동들을 똑같이 겪어보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획 의도와 딱 맞아 떨어진다. 일주일 내내 화제의 주인공이 된 그들은 ‘진짜 나를 돌아봐야 할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제작진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고 느끼기에 ‘나를 돌아봐’ 제작진은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 제작진은 자아 성찰이라는 기획 의도에 더욱 충실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사과했다.
‘나를 돌아봐’ 팀은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한번쯤은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들은 ‘나를 돌아봐’를 통해 비극을 희극으로 이끄는 과정을 보여줄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