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송초롱 기자] ‘갑질’이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갑질’은 방송계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정은 1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이가 바가지로 없다. 프로그램 섭외 다 해놓고, 인터뷰 촬영까지 다 해놓고, 제작비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해놓곤 나만 빼고 나머지 멤버들은 다 촬영에 가 있네. PD양반은 연락 씹고, 재밌는 바닥이다. 그렇게 살지 마쇼. 승질 같았음 다 엎어버리고 싶다만 한살 더 먹어서 그런지 온순 해지네”라고 불만을 들어냈다.
이에 ‘더 서퍼스’ 측은 “이정 씨는 맨 처음 프로그램 초기 기획단계에서 5월경 섭외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은 맞다. 그러나 채널 내부적인 사정으로 그 프로그램의 기획을 접게 되며, 이정씨 측과 ‘이 프로그램은 안하게 됐다. 미안하다’고 커뮤니케이션을 마쳤다”면서도 “그 이후 두 달이 지난 후, 프로그램 성격과 콘셉트가 바뀌면서 라인업을 새롭게 추가 구성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정씨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오해한 부분에 있어서는 이정씨 측과 좀 전에 연락해서 오해 풀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 사진=MBN스타 DB |
하지만, 이를 접한 이정은 불편한 심기를 다시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오해를 풀었다네? 나도 좀 같이 풉시다. 웃기지만 죄송합니다. 제기랄. 본질을 뉘우치고 진짜 잘못을 뜯어고치시길. 괜한 사람들 잡지 말고. 프로그램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출연진 제작진 많은 과정이 있었을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시 한 번 글 올립니다”며 “잘못한건 쿨하게 인정하시고 진실 된 사과면 됩니다 저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시길 바라고 프로그램도 잘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스타일 ‘더 서퍼스’ 관계자는 MBN스타에 “이정과 어제, 오늘 통화도 했고 문자도 주고받았다. 현재 해외에 나가있는 상태라 귀국하는 대로 직접 만나 오해 풀 예정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의 입장 발표에서 누리꾼들의 반응은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가 갑질 논란이 점화됐고, 수중 촬영 감독도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더욱 논란의 중심에 섰다.
18일 이정의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수주 서핑 촬영 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이 누리꾼은 “원래 함께 촬영을 떠나기로 했으나, 아무런 통보 없이 하차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3월10일경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CJ E&M 본사에서 첫 미팅을 했습니다. 그쪽에서는 서핑을 함게 가는 조건으로 수차례 미팅을 하며 참고가 될 만한 외국 서핑 관련 프로그램 소개, 서핑 촬영 장비 운용 노하우에서부터 외국 서핑 촬영 감독비용, 하와이 노스쇼어에 렌트하우스 렌탈비용까지 손수 알아봐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촬영이 진행될 5월과 6월 일정을 비워달라고 해서 촬영가는 날만 기다리고 저의 다른 일정 다 무거나 취소했는데, 변명처럼 협찬사 이슈로 발로로 촬영지가 바뀔거 같다고 연락왔고, 발리에 대한 정보를 빼내는 미팅을 다시 한 번 한 뒤로는 연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한동안 회신하지 않더군요”라고 말했다.
이어 “짧은 역사를 가진 국내 서핑 판도 좁아서 다른 사람 A가 저 대신 수중촬영 감동으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7월 초부터 촬영이라고 이야기 하길래 뭔가 분해서 PD에게 전화했더니 안 받고 그래서 ‘몇 달 동안 부탁한대로 시간 다 비워놨는데 최소한 연락이라고 해주거나 사과라도 해 주셔야 하는거 아닌가요?’라고 물으니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나’고 회신 오더니 7월 초 계획대로 촬영 갔네요. 사과할 줄도 모르고 해명할 줄도 책임질 주도 모르는 비겁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온스타일 관계자는 MBN스타에 “제작진에게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방송계의 갑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정승희 미디어아마존 대표는 MBC ‘아마존의 눈물’ 지적재산권을 지적하며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이 말하는 사전 준비기간 7개월은 나를 만나 아마존에 대한 정보를 빼간 기간”이라며 MBC ‘아마존의 눈물’ 팀을 비난한 바 있다. 방송사라는 갑의 위치서 정 대표와 미팅하면서 정보를 빼앗아갔다는 것.
정 대표는 “MBC의 홍보와 물량공세로 한 힘없는 프리랜서의 진실을 짓밟은 것만 해도 참았다”며 “더이상 PD들이 나서 ‘황금어장-무릎팍도사’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료도 없이 맨땅에 헤딩했다’는 식의 거짓말은 그만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이에 제작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마존에 대한 정보가 많은 분이라 한번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정 대표의 말처럼 책임 프로듀서를 제안한 적은 없다”면서 “정대표는 마치 우리가 모든 정보를 다 빼먹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촬영 장소 문제로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4월22일 오후 ‘해피선데이-1박2일’ 시청자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슈돌 제작진 횡포가 너무 심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전통공예체험관 관계자라고 밝힌 해당 글의 게시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인사동 만들기 체험관에 촬영 장소 섭외를 요청하면서, 장소가 좋으면 다음날 촬영을 바로 진행할 거라고 했다”면서 “답사날 (촬영에 필요한) 준비사항을 알려주고 촬영이 절대 노출돼서는 안 된다며 비밀 유지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촬영 전날 저녁 6시가 돼서야 일방적으로 촬영을 못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은 23일 오전 “섭외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며 “답사를 나가긴 했지만 사람이 너무 붐비는 곳이라 촬영이 불가함을 설명하고 사과드렸다. 서로 오해를 풀었다”고 해명했다.
23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이 사과의 뜻을 전하며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체험관 측에서는 ‘언론에 알려진 내용과 사실은 다르다’며 ‘슈퍼맨’ 측에 진실된 사과를 요청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은 장소 섭외가 불발되기까지의 과정을 전하며 체험관 측에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 체험관 측이 물질적 피해 보상을 원한다면 합당한 보상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전달했다.
바쁘게 방송 준비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변수로 촬영이 변경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을 생각하며 많은 준비를 한 을에게는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이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제작진이라면 ‘갑’ 위치에서 단순히 잠수를 타거나 취소 통보만 할 것이 아니라 앞뒤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송초롱 기자 twinkle69@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