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지난달 19일 배우 김운하가 한 평 반 남짓한 서울 성북구 한 고시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어 3일 만인 22일 오후 배우 판영진도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로 빚어진 비극이었다.
시인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통하다”는 말로 유감을 표했다. 또한 허울만 좋은 예술인 복지법의 한계와 개선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예술인들이 비운을 맞이하는 현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말 비통합니다. 최고은, 김운하 씨 등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인재들 아닙니까. 이들의 무대를 지키고 이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마음이 아프죠. ‘자기가 좋아서 그렇게 산다는데 뭘 지켜주느냐’는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복지법은 이들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투자거든요. 한류를 부르짖으면서도 문화 콘텐츠 생산의 중심인 예술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요? ‘해리포터’로 300조 이상의 부가가치를 낸 조앤 롤링도 이 작품을 만들 때 창작지원금을 신청해서 어렵게 완성시켰거든요. 어려운 예술인에게 복지법 혜택이 투자라는 건 조앤 롤링이 몸소 보여주지 않습니까.”
↑ 사진=도종환 의원실 |
그럼에도 예술인 긴급 구제책인 2015 창작준비지원금 사업도 6월이 넘어가서야 공고가 떴는데요?
“우리가 복지법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편성해도 제대로 내려오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번 긴급복지기금 110억원도 편성 이후 두 배우가 죽으니 위에서 그제야 풀더라고요. 행정을 이렇게 하면 안 되죠. 여론의 압력이 정부에게 책임으로 돌아올까 봐 바로 푼 것 아닙니까? 사람이 죽어야지 돈을 푸는 거잖아요!”
‘예술인 없는 예술인 복지법’ 대체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면 예술인 금고가 설립돼서 어려운 이들에게 바로바로 지원되는 행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전혀 안 됐어요. 또한 작품이 끝나면 실업 상태가 되는 예술 노동의 특수성을 노동부에서 인정해줘야 하는데 다른 업종과 형평성을 따져야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예술인이 고용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죠. 처음 이 법이 통과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지만, 현재 예술인들 반응도 미지근한 상태입니다.”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고쳐져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령 예술인 가운데 소득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 부모 형제 소득이 있다고 지원 자격을 안 줍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인 거예요. 아무리 부모나 형제가 돈을 벌어도 예술인들도 성인이라 가족에게 손 벌리는 건 쉽지 않잖아요? 소득 생각하지 말고 어려운 예술인들에겐 지원해줘야 하는데 정말 모순이죠. 상임위에서도 나온 지적이예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선 문제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수혜자가 되기 위한 절차도 너무 까다로워 아예 포기하는 예술인도 많다고 하지요?
“네. 예술인 경력 증명 문제도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존감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행정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뤄지진 않고 있어요. 또 하나 문제는 예술인의 자존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3년간 3편 이상 출연했다는 걸 증빙해야 예술인 자격이 주어지는데 문서로 제출하는 게 그리 무리한 요구는 아니거든요? 현재 15700명 정도 증명했으니까요. 하지만 고 김운하 씨 경우 실제로 10편 이상 무대에 섰지만 증빙하진 않았어요. ‘나라에 경력을 증명해야 예술인이냐’는 자존감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이 서류를 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가야 해요. 자존감을 살려주고 권유해 찾아가는 행정을 해야한다는 거죠. 개별 극단, 문화단체를 찾아가 현장 소리를 들어야합니다.”
↑ 사진=도종환 의원실 |
생활고를 겪는 예술인 실태조사는 제대로 이어지고 있나요?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해야할 일도 많습니다. 재단이 만들어진지 얼마 안 돼 예술인 복지 경험도 부족하고 근무하는 사람들도 초기단계죠. 외국 사례 연구도 필요하고요. 실태조사도 2012년 한번 한 이후 지금까지 준비하는 단계예요.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고 복지부나 지자체와 협업해서 대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할만한 외국 사례가 있다면요?
“프랑스에서는 문화예술 및 창작활동 지원 부문에 예술가에 대한 앙떼르미땅 제도가 있어요. 예술노동자는 취업과 실업이 반복되니까 10개월 반 동안 507시간 이상의 예술활동을 충족시키면 최대 8개월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죠. 예술인의 공백기에 대한 지원과 생계 유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사례들을 국내에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문화부와 공유해 국민 여론과도 호흡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