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이다원 기자] 이제 안방극장에서 원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를 찾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외 인기 드라마 리메이크를 넘어 웹툰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가 잇따라 제작돼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MBC ‘밤을 걷는 선비’, SBS ‘너를 사랑한 신간’ ‘심야식당’ 등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만 봐도 리메이크 드라마가 포화 상태임을 보여준다.
리메이크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미 검증된 작품성에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 색다른 드라마를 탄생시켜 호평을 받는가 하면, 차라리 리메이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절로 생기게 하는 답 없는 드라마가 혹평을 받는 것.
호평과 혹평 사이에 서 있는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 과연 득일까? 실일까?
[찬성] “이미 검증된 작품성”
KBS ‘결혼 못하는 남자’ ‘직장의 신’ ‘꽃보다 남자’ SBS ‘수상한 가정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MBC ‘하얀거탑’ tvN ‘미생’ ‘라이어게임’ 등 다양한 작품이 원작을 둔 리메이크 드라마였습니다. 현재도 많은 드라마가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 드라마는 일단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시청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죠. 특히 원작이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된 작품이었다면 리메이크 제작이 들어간다는 소식만으로도 작품의 가상캐스팅을 내놓으며 그 관심을 입증합니다.
작품성에 화제성까지 얻은 리메이크 드라마는 한국 정서에 맞게 잘 버무러지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성공한 리메이크 드라마의 공통점으로는 탄탄한 원작 스토리에 한국 정서를 입힌 특유의 감성이 담긴 각색,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꼽을 수 있는데,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로는 ‘미생’ ‘라이어게임’ ‘하얀거탑’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을 꼽을 수 있죠.
이중 직장인의 삶을 심도 있게 그려내 많은 공감을 이끌었던 ‘미생’은 작품의 호평은 물론 ‘미생 열풍’을 일으키며 그 파급력을 입증했습니다. ‘미생 열풍’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미생’ 패러디물이 쏟아지거나 갑을 관계를 다루며 ‘미생’을 조명한 것이죠. 특히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반응을 보인 ‘미생’은 수출을 넘어 리메이크 가능성까지 엿보게 했습니다. ‘라이어게임’ 역시 일본 원작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한국 정서에 맞는 각색을 보였다는 점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입니다.
여기에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가 출연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배가 됩니다. 믿고 보는 김명민이 출연한 ‘하얀거탑’, 여배우 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김혜수가 활약한 ‘직장의 신’ 등을 언급할 수 있죠. 특히 막장, 멜로 등 매번 비슷한 장르에 비슷한 형식으로 흘러가는 한국드라마 사이에서 색다른 소재와 전개가 담겨 있는 원작은 리메이크가 되기에 좋은 소스이며, 한국드라마의 다양성을 열어주는 길이 됩니다.
[반대] “이미 다 아는 스토리, 잘해봤자 본전”
탄탄한 원작이 있는 드라마? 원작이란 게 흥행이 보장된 카드라면야 더할 나위 없죠. 드라마로 제작하기만 하면 돈방석에 앉는다는데 어느 누가 마다할까요?
사실 지금 드라마 시장만 봐도 너도나도 웹툰이나 해외 인기 드라마를 국내판으로 각색하겠다고 난리죠. 온라인 상에 조금 인기라도 있을라 치면 원작자에 바로 접촉 들어가 계약을 따내려 애쓰잖아요.
그럼 결과가 백전백승이어야하는데 이것 좀 미덥지 않은 현실이네요. 일례로 일본 최고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국내화한 KBS2 ‘내일도 칸타빌레’, 일본 공전의 히트작 ‘심야식당’을 제목까지 그대로 들여온 SBS ‘심야식당’, 현빈·한지민 카드도 수렁에서 못 건져낸 비운의 작품 SBS ‘하이드 지킬, 나’까지 이름만 들어도 ‘아~’하고 탄식이 나오는 작품들이죠?
엉성한 연출과 각색, 그리고 괴리감있는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지면 그 아무리 철옹성 같은 원작도 무너지고 만다는 진리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죠. 더불어 이런 성의없는 제작은 원작의 마니아 층을 가장 무서운 안티팬으로 만들기도 하고요.
단점은 이뿐만이 아니죠. 불황 탓에 검증된 원작 아니면 제작하지 않겠다는 관행 때문에 작품성 있는 드라마 작가들이 발을 붙일 수가 없어요. 소신껏 자기 작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던 작가들에게 ‘창작은 됐고 각색이나 하라’고 원작을 던져주면 누가 덥썩 받아들고 성심성의껏 해나갈까요? 또한 더 많은 창작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까지 꺾어버리는 일이죠.
웹툰이나 해외인기 드라마를 각색하는 것이 아주 의미가 없다는 얘긴 아닙니다. 다만 너무나도 편향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우려스러울 뿐이죠. 게다가 대부분 청춘 로맨스나 ‘할리퀸’ 류의 가벼운 내용을 다루는 웹툰을 기반으로 여러 작품이 쏟아지면서 국내 드라마의 경성화까지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어요.
넘쳐나는 원작드라마, 이미 다 아는 스토리로 잘해봤자 본전치기인데 대체 왜들 이렇게 열광하는 건가요?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