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속에도 꿋꿋하게 정면돌파를 택해 온 티아라는 열 한 번째 미니앨범 '소 굿(SO GOOD)'을 4일 발매했다. 이날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는 "티아라가 1%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차트 100위 안에 든 것만으로 엄청 감사 드린다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속사는 "앨범 타이틀곡 '완전 미쳤네'가 멜론, 엠넷, 올레뮤직 등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 곡은 현재(오후 1시 기준) 엠넷차트 5위, 올레뮤직 8위, 몽키3에서는 3위"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일단 확인 결과, 고개를 갸우뚱 했다. 국내 음원 시장 최대 점유율 사이트 멜론에서 티아라 '완전 미쳤네'는 41위에 머물고 있었다. 엠넷, 올레뮤직, 몽키3는 들여다 볼 필요도 없었다.
'진짜' 상위권이라 할 만한 엠넷(12%·이하 2015년 1/4분기 기준), 올레뮤직(2.3%), 몽키3(순위 밖)의 음원 시장 점유율은 다 합쳐도 멜론의 점유율(49.8%) 반도 되지 않는다. 멜론 차트 41위를 '상위권'으로 소속사가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상위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티아라 소속사뿐 아닌, 여느 기획사 역시 이러한 겸손과 자화자찬이 묘하게 섞인 보도자료를 흔히 작성한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받아쓰는 기자들 역시 적지 않다.
문제는 티아라가 미운 털 박힌 팀이라는 점이다. 그들을 미워하는 네티즌에게 욕할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거짓말'은 가장 위험하다. 티아라의 소속사는 이를 간과하는 듯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티아라 소속사를 비판하는 글로 넘쳐나고 있다. 티아라는 어느 순간 대학 축제 섭외 명단에서 사라졌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한들, 그들은 한국 가수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나무는 비바람에 쉽게 쓰러지게 돼 있다.
티아라가 애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흘린 눈물이 진실이라는 가정 하에 소속사의 관리가 아쉽다.
김광수 대표 프로듀서는 9월 데뷔를 앞둔 신예 걸그룹 다이아(DIA)에 더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티아라의 컴백을 며칠 앞두고 그는 다이아의 데뷔곡 뮤직비디오 촬영 차 홍콩에 일부 기자들과 동행했다.
이때 그는 다이아에 대한 야심찬 각오를 다지면서 굳이 화영 사건을 끄집어내 티아라의 아픈 상처를 건드렸다. "양현석·박진영에 지고 싶지 않다"는 김광수 대표의 인터뷰 기사는 그렇게 화제가 됐지만 정작 그는 티아라의 쇼케이스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위기 관리가 될 리 만무하다.
많은 가요 관계자는 MBK엔터테인먼트(구 코어콘텐츠미디어)의 소통 방식을 지적한다. 김광수 대표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홍보 담당 직원들은 아는 것도, 아무 권한도 없다. 한 마디로 모든 일이 김광수 대표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
소위 '피할 건 피하고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린다'는 PR의 우스갯 정의가 통하려면 그만큼 전문화·세분화 되어야 한다. 수 백개 인터넷 매체가 난립하고 있는 오늘날, 한 사람의 절대적 권력에서 나온 실수는 그 누구도 막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티아라의 쇼케이스가 열렸던 지난 3일, 화영의 쌍둥이 자매 효영(전 파이브돌스 멤버)도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김광수 대표에게 최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수 대표의 대응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광수 대표는 3년 전, 화영을 사실상 티아라에서 방출하면서 패착을 두었다. 당시 그의 발언은 자칫 티아라 다른 멤버들과 19명의 스태프가 한 목소리로 화영의 돌출 행동을 문제 삼은 탓으로 해석되기 쉬웠다.
화영이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화합과 이해가 아닌 코어콘텐츠가 ‘방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상 공교롭게도 ‘왕따설’과 부합되는 대목이었다.
코어콘텐츠는 화영의 트위터 글 이후 폭로 수준에 가까운 주장으로 그를 몰아세웠다. “화영의 돌발 행동이 수십 가지가 넘을 정도로 지나쳤다”는 내용이다. 그를 사실상 방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억울한 호소이기도 했다.
코어콘텐츠 측은 “김광수 대표가 화영과 관련해 이러한 사건을 더는 공개하지 않고 화영을 보호해주고 싶다고 전했다”고도 했다. 이어 “화영은 몇 번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몰랐던 것 같고 지금이라도 화영이 자기의 잘못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모습이 그리 어른다워 보이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까불면 연예계에서 매장해버리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고 비꼬았다.
당시 소속사 내부에서는 김광수 대표의 이러한 대응 방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화영 사건' 이후 김광수 대표를 보좌하던 몇몇 유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와 성(姓)은 다르지만 동명이인의 만화가 박광수는 이러한 작품을 남긴 바 있다. '어느날 어머니는 제게 못과 망치를 내미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말썽을 부릴 때마다, 정해준 나무에 못을 박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제 키높이에는 더 이상 못을 박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무에 사다리까지 동원해서 못을 박기 위해 높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나무 높은 곳에서 저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제작자와 소속 아티스트는 부모와 자식 관계로도 곧잘 비유된다. 김광수 대표를 떠난 이들은 훗날, '이제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못을 빼드리겠습니다'('광수 생각' 만화 제목)라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돌아볼 수 있을까. 김광수 대표의 진지한 고민과 그에 따른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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