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세연 기자] “소녀다운 것만이 청순함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에이핑크 멤버들은 더 이상 10대 아이들이 아니잖아요.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에이핑크 개개인의 개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청순한 콘셉트로 사랑받고 있는 에이핑크의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정윤경 스타일리스트. 그는 과거 가수 비와 장근석 등 시크하고 도시적인 느낌의 연예인을 맡았던 의외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Mr. 츄’(Mr. Chu)부터 에이핑크의 스타일을 책임지고 있었던 그는 틀에 갇힌 청순이 아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도전정신이 투영된 앨범이 ‘핑크 메모리’(Pink Memory)다. 에이핑크의 정규 2집인 ‘핑크 메모리’는 레드와 화이트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됐다. 특히 레드 버전은 그동안 시도 하지 않았던 스트릿 패션과 자유로운 느낌을 어필하는 에이핑크 멤버들이 돋보인 앨범이었다. 하지만 매번 시선을 끄는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트렌드의 전환이 빠른 패션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에 정윤경 실장과의 대화로 한 장의 앨범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과 노력에 대해 알아봤다.
↑ 사진제공=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
A. “음악과 안무가 나오고 나면 소속사 대표님, 디렉팀과 함께 원하는 콘셉트나 느낌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를 거쳐요. 그 후 스타일리스트팀이 시안 작업을 하고요. 멤버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해야 하는 데 제가 어느 정도 틀을 잡아놓은 뒤 의논을 하는 게 훨씬 과정이 축소 되다 보니까 먼저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결정된 시안을 정리하고 그다음 최종적인 회의를 해요. 시안이 결정되면 그 콘셉트에 맞는 의류 브랜드를 정리하고 멤버들과 피팅 작업까지 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안무에 어울리는 스타일인가’에요.”
Q. 멤버들이 어떤 의견을 내나.
A. “아무래도 멤버들은 전문가가 아니니 구체적인 의견보단 막연히 입고 싶은 의상에 대해 말해주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데님을 입고 싶다’,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캐주얼했으면 좋겠다’ 이렇게요. 멤버들 제시한 키워드를 시안에 적절히 녹이는 게 저희가 할 일인 것 같아요.”
Q. 앨범 활동이 끝나면 그때부터 다음 콘셉트를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
A. “활동이 끝나면 보통 쉰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에요. 한가할 때는 아마 없는 것 같아요.(웃음) 에이핑크의 경우, 일본 활동을 하고 있어서 국내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쉬는 게 아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Q. 일본 활동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
A. “에이핑크가 지금 4~5년 차 가수지만 일본에서는 갓 데뷔한 신인이에요. 그래서 아무래도 일본 대중분들이 에이핑크에게 신인 특유의 이미지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 완급 조절이 의외로 힘들더라고요. 이미 국내에서 선보인 콘셉트를 다시 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멤버들은 그 갭을 잘 이겨내고 있어요. 잘 따라와 주는 편이에요.”
↑ 사진제공=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
A. “아무래도 여름 시즌송이다 보니까 시원해 보이고, 발랄해 보이고, 건강해 보이는 느낌을 제일 많이 신경썼어요. 소녀, 여자 이런 느낌보다는 친근하기도 하고 트렌드하기도 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에 초점을 많이 둔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에서 ‘이건 꼭 눈여겨봤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다면?
A. “‘에이핑크라고 해서 하늘하늘한 원피스만 입은 것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좀 더 친근하고 요즘 아이돌 같은 모습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평소 멤버들을 자주 대하기 때문에 캐주얼 패션이 낯설지 않은데 그걸 신선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냥 이런 스타일도 가능하고 이런 캐주얼도 청순한 부류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앨범이 레드, 화이트 버전으로 발매됐다. 두 가지를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은데?
A. “화이트와 레드가 만났을 때 핑크가 된다는 게 이번 앨범 콘셉트에요. 레드 앨범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에이핑크를 보여드리는 작업이었어서 개인적으로 훨씬 재밌었어요.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에이핑크를 원하는 팬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그걸 만족시켜드릴 수 있는 앨범이 화이트 버전인데 청순 콘셉트가 자칫 진부하게 표현될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냥 레드는 너무 낯설까봐, 화이트는 너무 진부할까봐 걱정이었어요.(웃음)”
↑ 사진제공=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
A. “레드 앨범 작업을 재밌어했어요. 의상이 새로웠기 때문에 헤어나 메이크업도 새로운 스타일을 할 수 있었고, 평소에 개인이 입은 적은 있어도 대중에게 직접 보여드린 적은 없었던 콘셉트여서 굉장히 재밌어했었던 기억이 나요.”
Q.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러웠던 무대의상은?
A. “‘뮤직뱅크’와 ‘인기가요’에서 보여드렸던 스케이드보드룩이 있어요. 그 의상이 동대문 광장시장부터 브랜드, 협찬사 의상, 백화점까지 발품을 팔며 준비한 의상이에요. 구제시장 의상으로만 구성되어있어도 퀄리티가 떨어지고 고가의 제품으로만 준비해도 비용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어서 그 중간을 맞추기 위해서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Q. 에이핑크는 열혈팬이 많기로 유명한데 팬들 반응을 살피는 편인가.
A. “팬분들 의견 중에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노출이에요. 에이핑크 의상이 다른 그룹에 비해 특별히 짧은 편은 아니에요. 사실 의상 길이나 노출 여부는 누구보다도 저희가 제일 많이 조심을 하고 있거든요... 보수적인 친구들도 많고 노출을 하는 것에 대해 변화를 크게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거부감이 크시더라고요. 기존에 파는 청바지만 입어도 의상이 너무 짧아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고려를 안 할 수가 없어요.”
Q. 가장 기억에 남았던 피드백은?
A. “칭찬 댓글이 눈에는 들어오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악플인 것 같아요.(웃음) 스타일리스트를 바꾸라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죠. 왜 코디가 안티냐는 말씀을 많이 하시잖아요. 사실 이 직업이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일하기 힘든 직업이에요. 예를 들어 서른 군데 돌아다니면서 구할 옷을 다섯 군데만 가서 해치울 수 있는 건데.(웃음) 코디가 안티라는 말은 뻔하고 흔한 말이긴 한데 마음이 가장 안 좋은 말이기도 해요. 내 가수를 누구보다 예쁘게 입혀서 무대에 올리고 싶은 사람은 저니까요.”
↑ 사진제공=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
A. “심플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해보고 싶어요. 에이핑크는 귀엽고 소녀 같은 이미지다 보니 심플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드리기가 힘들거든요. 팬분들이 낯설어하시는 것도 있고요. 개인 활동을 할 때 그런 스타일을 많이 시도하긴 했는데 여섯 명이 다 있을 땐 조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시도해보고 싶어요.”
Q. 앞으로 생각하는 에이핑크 스타일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A. “이건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긴 한데, 또 다른 버전의 청순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어떤 무리한 시도를 해서 하루아침에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진 않아요. 그냥 지금 에이핑크 이미지를 유지하되 성숙해지는 멤버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청순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많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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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연 기자 yeonnie88@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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