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또 한 편의 웰메이드 단막극인 ‘붉은달’이 탄생했다. 드라마는 빠른 호흡으로 서사를 풀어내며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의 준말) 사극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KBS2 ‘드라마스페셜2015-붉은달’(이하 ‘붉은 달’)에서는 사도세자와 뒤주에 얽힌 이야기가 섬뜩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어린 세자선은 영조(김명곤 분)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장희빈(조미령 분)이 사약을 먹고 죽었던 곳인 저승전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됐다. 세자선은 저승전의 첫날밤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계속되는 장희빈의 환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사진=붉은달 캡처 |
성인이 된 사제선은 여전히 환영에 시달렸고 광증까지 얻게 됐다. 선희궁(이항나 분)은 사제선이 칼을 쥔 채 알 수 없는 여성을 어깨에 걸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기겁했고 다음 날 그 여성은 세자선의 침상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세자선은 “어떻게 된 일인 줄 모르겠다. 우선 시체를 치워달라”며 넋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혜경궁(박하나 분)은 이런 사건에 대해서 화완옹주에게 “귀신의 짓이다. 도와달라”고 말했다. 세자의 주변 인물들은 세자의 침상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 모두 세자의 짓이라고 여기며 수근거렸다.
↑ 사진=붉은달 캡처 |
다음날 세자선은 세손의 휘양을 머리에 쓰고 영조에게 찾아가 “세손의 휘양이다. 학질에 걸렸다. 나도 제발 세손과 같이 예뻐해 달라”고 애원했다. 이에 세손은 “제발 아버지를 살려달라”며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피를 흘렸고 영조는 놀라 이를 말렸다. 세자선은 이 역시도 못마땅해 하며 넋 나간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후 그는 환영 때문에 어머니인 선희궁에게까지 칼을 겨눴고 질투심 때문에 세손을 죽음의 위험에 빠트렸다.
사건의 위험성을 깨달은 화완옹주는 저승전에 있는 선희궁과 영조의 관을 보여주며 선희궁과 혜경궁에게 세자선을 광증에 몰아넣고 모든 사건을 만든 것이 장희빈의 원혼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몰래 들은 세자선은 모습을 드러내며 선희궁에게 “이제 와서 어머니인 척 하느냐”고 한 후 밖으로 나가 또 다시 사람을 죽였다.
↑ 사진=붉은달 캡처 |
김대명은 tvN ‘미생’에서 김동식 대리 역할을 맡으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후 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붉은달’에 출연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내 풍채가 사도세자와 많이 다른 것 같아 걱정했다”고 말했지만 그의 생각은 기우였다. 그는 귀엽고 수다스러운 김동식 대리의 캐릭터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서늘한 분위기의 사도세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박소담은 영화 ‘베테랑’ ‘잉투기’ ‘쎄시봉’을 통해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붉은달’에서 화완옹주에 분해 처음으로 드라마에 임했다. 박하나는 MBC ‘압구정 백야’에 이어 ‘붉은달’에서 두 번째 주연을 맡으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둘은 신인에게 거쳐야하는 오디션과 같은 단막극 출연을 ‘붉은달’이라는 작품과 성공적으로 치른 셈이다.
‘붉은달’은 팩션의 힘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사도세자가 광증에 시달렸고 100명의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은 ‘붉은달’의 섬뜩한 허구와 어우러져 묘한 설득력을 가진 한 편의 서사가 됐다. 여기에 김대명, 박소담, 박하나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보태져 몰입도 있는 한 편의 웰메이드 단막극이 완성됐다.
한편, ‘드라마스페셜’은 10시50분 방송된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