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음악하는 걸 주위에서 굉장히 말렸어요. 하지만 전 어떤 사람이 만들어놓은 길을 걷는 것보다 제가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경험이 없지만, 고민을 그만큼 많이 했죠.”
신예 카운터테너(여성의 음역대를 소화하는 남성 성악가) 문지훈은 꿈 많고 패기가 넘치는 20대 청년이었다. 26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실패와 성공 모두를 맛본 그에게는 하고 싶은 일, 도전하고픈 일이 넘쳐났다. 시각장애로 인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깔끔한 멋으로 승화시킨 문지훈은 그야말로 긍정의 힘, 그 자체였다.
지금은 누구보다 높은 고음을 낼 수 있는 카운터테너. 하지만 문지훈은 사실 여느 또래들처럼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중학교 시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를 겪었다. 그가 성악가로 거듭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원래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운동했죠. 근데 더 이상 운동을 하게 되면 허리를 못쓰게 된다는 이야길 듣게 됐어요. 청천벽력 같았죠. 처음에 볼보이부터 시작했어요. 그만큼 실력이 안 됐죠(웃음). 남들보다 더 못하니까 잘하고 싶어서 밤새 연습했는데 사실상 어린 나이에 너무 무리하게 된 거에요. 그 실패를 통해서 거의 2년 간 방황했죠.”
꿈을 잃고 방황하던 때 그를 다시 일으켜세워 준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허리 재활 치료 때문에 학업을 1년 쉬었고,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음악을 접했다. 그러다 여자 아이들의 목소리를 따라하다가 고음을 발견하게 됐다고.
“처음엔 소릴 내지도 못했는데 계속 연습하고 따라하다 보니 가능하게 되더라구요. 노력앞에 장사 없다잖아요. 노력만 하면 어느정도까지는 그 위치에 도달하는 것 같아요.”
“비웃음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만의 방식대로, 루트대로 가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계기가 됐죠.”
고3때 비로소 방황을 끝낸 그는 고음 합창단에도 들게 됐다. 대학도 성악 전공으로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카운터테너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원추각막’이라는 시각장애를 안게 된 것. 한쪽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고, 나머지 한쪽도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고 있는 상태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써야했다. 그 때문에 주변에서 시선이 쏠리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시각장애인들도 절대로 불편한 것이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꿈을 꿀 수도 있고, 잘 살아갈 수도 있어요. 저도 원래는 장애 때문에 남들 도움을 받는게 싫어서 자꾸 저를 감추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좀더 나를 드러내고 당당해져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문지훈은 재능기부를 통해 문화소외계층들을 여럿 만났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과 여유를 주는게 좋다고 했다. 주로 수도권 위주로 공연을 다니며 평소 문화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던 이들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다. 덕분에 젊은 나이임에도 ‘2015 대한민국의 힘, 희망을 주는 인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전 정말 아무 것도 아닌데(웃음). 이렇게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주시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연락이 오고 하니 굉장히 감사했어요. 작게라도 나눔을 실천하고, 여러 사람들을 찾아가면서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서 재능기부를 한 거였어요. 그걸 계기로 ‘희망을 주는 인물’로도 선정되고, KBS N ‘청춘하라’에서도 1위에 올랐죠. 정말 작게 시작한 건데 이렇게 진심이 전달되니 기분이 좋아요. 그만큼 저는 더 겸손해져야겠지만요.”
“아버지가 불우한 분들을 위해 공연 초청, 후원 등을 많이 하셨어요. 약간 무모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시도도 많이 하셨고요. 과거엔 전국 순회 공연이 흔치 않았는데 그것도 추진하셨죠. 아무래도 제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봐왔으니, 그런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요?”
문지훈은 KBS 광복70주년 기념 ‘나는 대한민국’ 연아 합창단의 단원으로도 전격 발탁됐다.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릴 국민대화합 합창공연에 이선희의 ‘1945 합창단’, 조영남의 ‘아침 합창단’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문지훈은 합창단 합류에 대해 “가족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가문의 영광이죠. 장난이 아니더라고요(웃음). 김연아 선수를 만나고, 합창단에 참여해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영광입니다. 각계 각층이 모인 자리잖아요. 뿌듯하죠. ‘온 국민이 모여서 하나같이 이 노래를 불렀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청년들을 대표해서 온 자리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아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에요. 시민들 앞에서 다 함께 하는 거니까요.”
다양한 도전으로 남다른 행보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는 올해도 ‘무모한 도전’을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
“올해 장기 프로젝트로 인구가 5만명 아래인 도시를 다니면서 작게 음악회를 열 거에요. 저는 절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내년 프로젝트도 생각 중이죠.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얻는
/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