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협녀, 칼의 기억' 홍이 役
와이어 액션 90~95% 직접 소화
"몸치 아니에요…다음에는 정적인 인물 할래요"
"이병헌 악재로 개봉 지연? 완성도 높였어요"
배우 김고은(24)은 다음번에도 무협사극을 할 것이냐는 말에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무협 영화 안에는 동적인 인물과 정적인 인물이 공존하는데, 다음에는 정적인 인물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에 많은 것을 쏟아내 힘들었다는 말이다.
고려의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가 유백(이병헌), 유백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등을 돌린 월소(전도연),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무공을 쌓은 홍이(김고은) 등 세 검객의 숙명을 담은 '협녀'. 홍이가 이야기가 중심축이기에 김고은은 액션스쿨에서 무술, 검술, 와이어, 와이어와 함께한 검술 훈련 등을 차례로 섭렵해야 했다. 다양한 와이어 액션을 대역 없이 90~95%를 직접 소화할 수 있었다.
연기 욕심이 많은 그이기에 "제대로 연기하고 싶었을 뿐"이란다. 물론 약간은 후회(?)되는 지점은 있다. "처음 본 분들은 제가 운동도 못 하고, 체력도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나 봐요. 그런데 안 그렇거든요. 무술 테스트를 하는 데 너무 열심히 했죠. 무술 감독님이 제가 소화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셔서 해야 할 게 많아졌어요. '김고은은 몸치다'라고 생각하셨으면 할 수 있는 것만 훈련해서 나머지를 대역 분량으로 채웠을 텐데….(웃음)"
김고은은 중국에서 꽤 오랫동안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생 때는 윗몸일으키기 반 대표, 중학생 때는 무용을 전공했다. 집 근처 승마장이 있어 말타기도 배웠고, 스키장에도 자주 가는 등 스포츠를 좋아했다. 그렇게 몸이 단련되어서인지 '협녀'의 액션 테스트를 잘 끝냈고, 모든 훈련 코스를 대역 배우와 함께 똑같이 해야 했다. 매일 아침 당당하게 걸어 들어간 액션 스쿨을 나올 때는 항상 기어 나왔다.
그는 와이어를 타고 검을 다루는 것도 힘들었지만, 여기에 "감정 연기를 더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액션 연기를 하면 체력이 다 소비된 상태인데 감정 연기까지 해야 했어요. 전 감정 연기도 체력 소비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초반에는 그게 저 스스로 분배가 안 되더라고요.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고는 '감독님, 감정신부터 먼저 촬영했으면 좋겠다' 부탁도 드리기도 했죠. 특히 그런 상황에서는 상대 배우와 만났을 때 긴장감이 최고조라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병헌, 전도연, 이경영 등 선배들과의 호흡은 만족스럽다. 특히 무술 스승으로 나온 이경영과는 "유쾌한 분위기라서 편했다. 한 박자 쉬는 지점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이병헌과 전도연은 극 중 감정적으로 격해져야 하는 인물들이기에 대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대선배들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고, 친해지기 위해 "쉬는 날 뭐 하세요?",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등 질문도 많이 던졌단다.
"우리 영화에 시간이 생긴 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후반 작업을 충분히 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보거든요. 부족한 부분은 제가 먼저 후시녹음을 하겠다고 청하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서 또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했고요. 완성도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한 뒤 '몬스터', '차이나타운' 등등 주인공으로 활약이 대단한 김고은. 요즘 여배우가 주인공을 맡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에게는 예외인 듯하다. "고맙죠. 제가 운이 좋다는 건데 감사한 마음을 느끼면서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고은을 향한 주위의 기대치는 높은 데 정작 본인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연기하는 데에만 욕심을 부린단다. "기대치가 높은 건 잘 모르겠어요. 대신 사람들이 연기에 대해 욕을 하고 제가 못했다고 했을 때, 열심히라도 했어야 억울한 마음이 없으니 최선을 다해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건 피곤할 것 같고요."
최근 여주인공으로 확정된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에 임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김고은이 특히 마음에 든 건 '치인트'의 배경이 험난하고 고단하지 않은 "일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