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1번 인터뷰이: 힙합 잡지 ‘리드머’ 강일권 편집장
2001년부터 힙합알앨비 전문 웹진 ‘리드머’의 편집장을 맡아온 강일권은 음악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 2007년부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돌-HOT 에서 소녀시대까지 아이돌 문화 보고서’(공저) 등이 있다.
↑ 사진=MBN스타 DB /CJ E&M |
◇ TV 속 힙합의 주인공 ‘디스’, 절대 ‘문화’가 아니다
지금 TV 속의 힙합의 문제는 ‘디스’가 힙합의 전부라고 표현되는 것이다. ‘디스가 힙합 문화의 일부고, 그렇기 때문에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몇몇 힙합 프로그램 제작진의 발언은 완전히 틀리다.디스는 힙합신 안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일뿐 문화가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디스 컬쳐’라는 말이 없지 않나.
한국에서는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꾸 디스가 힙합의 전부인 양 보여진다. 특히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경우 디스를 인위적으로 만든 게 보인다. 실제로 출연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시켰다고 말하기도 하지 않았냐. 이런 것 자체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일이다.
◇ 힙합 프로그램에 전문 인력이 있는가? ‘없다’
지금 한국 프로그램 내에서는 전문 인력이라는 게 없다. 전문가가 됐든, 뮤지션이 됐든 제대로 된 자문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아마 그들은 자문을 구하되, ‘예능의 세계와 힙합의 세계는 다르다’는 이유로 전문가의 말은 고리타분하게 들을 것이다.
그러면 ‘그래도 안 만드는 것보다 만드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저는 반대로 굳이 왜 만들어야 하냐고 묻고 싶다. 왜 굳이 힙합에 사명감을 느끼고 왜 그렇게 왜곡시켜가면서까지 한국에서 힙합의 대중화를 위해서 힘쓴다고 나오는지도 이해 불능이다. 또 세계에서 방송 프로그램들이 ‘힙합을 대중화 시킨다’고 사명감을 느끼는 것도 한국이 유일하다.
지금의 상태는 힙합 근본에 대한 존중이나 신경 없이 무조건 시청률만 생각하면 된다는 건데,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건 시청률은 모두 신경을 쓴다는 거다. 미국의 경우 시청률 싸움이 오히려 더 치열하다. 그러나 그들은 적어도 문화나 음악을 다룰 때에 제작진이 그것에 대해 숙지를 하고 선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재밌는 부분들을 생각해낸다.
한국은 그게 아니라는 거다. 기본적인 것은 깡그리 무시한 상태에서 그냥 힙합, 랩, 서로 싸우는 것과 같은 단편적인 조각들을 프로그램에서 재조립을 하는 거다. 문제는 이 재조립이 굉장히 형편없고 상당히 왜곡된 결과물들로 나온다는 거다. 방송을 통해 이렇게 한 분야가 심하게 난도질 된 적은 없다. 최소한 ‘문화’는 됐다 치고, 힙합음악의 특성만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야 했다. 기본 지식이 없는 제작진은 계속 왜곡된 정보를 주입하고 있다.
↑ 사진=쇼미더머니/언프리티랩스타 |
◇ 힙합의 대중화? 어불성설
방송을 통해 사람들이 힙합에 더욱 익숙해지고 좀 더 힙합을 찾아듣게 되고, 랩과 힙합 장르가 한국에서 유행을 하게 되고 심지어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잘 몰랐던 뮤지션들에 관심이 이어진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물론 그렇게 되면 매우 좋지만, 문제는 그렇게 된 적이 없단 거다. 대중의 관심이 힙합 음악, 문화의 기본, 본질까지 접근되는 경우는 없다.
힙합 프로그램이 이끈 바를 굳이 꼽자면 산이의 ‘한 여름 밤의 꿀’과 같은 변형성 랩발라드가 좀 더 차트를 점령하고 인기를 얻게 됐다는 것인데, 랩발라드는 MC몽 때부터 계속 인기가 있었고, 사실 이런 곡들은 이전에는 힙합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거다. 방송에 나온 래퍼들이 각종 행사에서 좀 더 몸값을 높여 받은 것 정도를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과연 이게 힙합의 대중화에 의미가 있고 효과가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는 거다.
물론 그런 랩발라드가 아닌 경연곡들 역시 인기를 얻긴 하지만 그것이 한국힙합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진 못했다. 그저 예능을 통해 차트에서 반짝 인기를 얻을 뿐이다. 또한 그건 해당 래퍼 본인의 대중화일뿐, 힙합의 대중화로 얘기하긴 무리가 있다.
‘쇼미더머니3’에서 가장 뜬 래퍼는 아이언과 바비다. 이는 즉 프로그램에 안 나와도 뜰 수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나 원래 유명했던 래퍼들 아니고서는 대중에 그렇게 가까이 다가간 래퍼들이 없다는 거다. 로꼬 같은 경우도 힙합을 좋아하거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나 알지 일반적으로 로꼬라는 이름을 말했을 때 아는 사람이 많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화’라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90년대, 2000년대 초에 어머니 세대에까지 이름을 알린 드렁큰타이거나 에픽하이 만큼 유명해진 래퍼가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중에 있는가를 반문해보면 없다. 굳이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대중에 알려진 래퍼들은 많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말하는 ‘힙합의 대중화’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고 구차하다는 거다. 그냥 힙합과 랩을 이용해 조금은 자극적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적용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면 되는데 문제는 자꾸 문화화와 결부를 시킨다는 것에 있다.
◇ 결론: 힙합에 지금의 힙합 프로는 분명한 실이다
힙합 프로그램을 단순히 득실로 따지는 것은 애매하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힙합 자체에는 실(失)이다. 힙합 문화나 음악적이든 한국에 제대로 성장하고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는 분명한 실이다. 그 장르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뮤지션에는 득인 것은 맞다. 장르 뮤지션들이 발을 맞춰서 동조를 해주는 상황은 한국 밖에 없다. 저는 그런 뮤지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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