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조정식 아나운서는 느리게 걷는 미덕을 믿고 있다. 날고기는 아나테이너가 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며 조급함을 지운 흔적을 내비쳤다.
“직업적 만족지수 100점이예요. 그만큼 저와 잘 맞는 직업이죠. 그래서 단박에 유명해지는 것보다 묵묵해도 오래 가고 싶어요.”
이제 갓 서른 살. 제 연차에 맞는 속도로 정주행하고 있다는 조정식에게 아나운서로서 A to Z를 들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조정식, 속이 꽉 찬 ‘국민 남동생’
키워드1. 느리게 걷는 법
2013년 입사니, 벌써 3년차 아나운서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돌아보라 하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회사와 직업에 적응은 이제 다 한 것 같아요. 제 연차에 맞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저도 2년차까진 조급했죠. 어릴 적부터 아나운서고 되고 싶었던 터라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왜 나는 여러 프로그램을 안 시켜주지?’라며 멋도 모르고 조바심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일을 하려면 방향성과 속도를 고민해야 하잖아요? 느리다고 생각했던 제 속도가 오히려 연차에 비해 빠른 편이었더라고요. 이제야 정상궤도를 찾은 것 같아요.”
키워드2. 훈남 아나운서?
‘훈남’으로 인기가 많다는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마치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는 듯 손사레를 치는 그다.
“절 좋아해주는 층은 사실 좁고 깊어요. 유명인이란 말과 거리가 멀죠. 부담스러울 만큼 관심받은 적도 없는 걸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가끔 연예인들을 보면 진짜 자기가 아닌 기괴한 캐릭터로 떴다가 바로 잊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느 순간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떤 수식어로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천천히 경험을 쌓으면서 실력으로 오랫동안 평가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사진=SBS 제공 |
키워드3. 아나테이너
이름값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아나테이너로서 가능성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아나운서는 보여지는 직업이 아니라고 봐요. 명예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물이 중요한 거죠. ‘뭘 맡기든 저 사람이라면 안심이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배성재 아나운서가 다른 아나테이너들처럼 얼굴이 잘생겼다거나 예능 감각이 뛰어나서 유명해진 게 아니잖아요? 방송 실력과 어록으로 인지도를 쌓아간 거죠. 제가 지금 데일리 프로그램인 ‘생방송 투데이’를 진행하고 있는데 원래 이런 프로그램은 40대 관록있는 아나운서들이 하는 거라 처음엔 ‘이게 뭐지?’라고 당황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선상에서 볼 때 오히려 데일리 프로그램들이 제가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더라고요. 지금은 과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자양분이 돼 제게도 멋진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키워드4. 강점 혹은 약점
아나운서로서 강점과 약점이란 질문 앞에선 다소 골똘히 생각했다. 자식을 파악하는가 싶더니 솔직한 생각들을 펼쳐놨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두루두루 잘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 제 강점이예요. 지금 제가 교양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스포츠 중계도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직은 먼 목표지만 어떤 프로그램이던 다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약점이요? 혹여 이런 점들이 ‘무색무취’로 보일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절대 개성이 없는 건 아니니 오해 마세요~하하.”
키워드5. 축구를 사랑한 아이
아나운서를 꿈꾼 건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릴 적 열광했던 축구를 조금 더 가까이 하고 싶어 나름 생각해낸 아이디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 따라 우연히 축구장을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어요. 실제로 선수들도 보고 경기를 보니 신기했죠. 그 뒤부터 공을 안고 잘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장래희망도 그 쪽으로 갖게 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 축구선수 될만한 감각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 때 중계석에 앉아있는 캐스터가 눈에 보였어요. 아, 저거다! 그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꾸게 됐죠. 물론 대학생이 되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취업 압박에도 시달렸지만 한 번이라도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를 안 해본다면 미련이 남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1년만 준비해보자 했는데 운 좋게 붙었고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키워드6. 착한 아들 콤플렉스
여동생 역시 아나운서다. MBN 조아라 아나운서의 이름을 꺼내자 그는 오빠로서, 착한 아들로서 열심히 살아야했다는 얘기를 시작했다.
“제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많았어요. 물론 엄청 괜찮은 사람이고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도 넘쳤지만, 반면 제 또래에 비교했을 때 특출난 장점은 없더라고요. 그런 사람을 보면 ‘나도 빨리 잘 되야 하는데’라는 조바심이 생겼고요. 엄마, 아빠에게 뭘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절 많이 신뢰하시거든요? 그걸 보면서 동생도 자극 받았던 것 같아요. 결국 둘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헌데 인간 조정식으로선 사실 아쉬움이 커요. 점수로 매긴다면 50점도 안 되는 것 같죠. 열심히 사는 것에 몰두하다보니 여행이나 다른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버킷리스트가 바로 ‘하와이 여행가기’랍니다. 하하.”
[조정식은 누구?] 198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2013년 SBS 공채14기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발을 들였다. SBS ‘8뉴스’ ‘생방송 투데이’ 등에서 편안한 진행과 ‘남동생’ 같은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